
연매출 800억원대 성장세를 구가하던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의 국내 총판사 대표가 하청업체 직원을 폭행한 대가로 모든 것을 잃었다. 불과 3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8일 MBC 보도에 따르면 호카 본사인 미국 기업 데커스가 전날 조성환 씨가 대표로 있던 호카 수입 업체와의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데커스는 입장문을 통해 "호카 유통업체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걸 안다"며 "유통업체에 본사와 같은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무관용 원칙의 일환으로 해당 유통업체와의 관계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사태는 지난달 16일 시작됐다. 유명 러닝화 호카의 국내 총판 조이웍스앤코의 대표였던 조성환씨가 하청업체 대표와 직원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폐교회 건물로 불러내 무차별 폭행했다.
매체에 따르면 폭행 상황을 담은 녹취록에는 "너 나 알아? 너 나 아냐고. 야, 너 나 아냐고. 그런데 왜 떠들어. 왜 떠들어. 야 이 XXX아"라는 말과 함께 폭행하는 소리가 담겼다. 이들이 거래처를 빼앗으려 하고 자신을 욕하고 다닌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다.
폭행당하다 겨우 도망친 하청업체 대표와 직원이 구급차로 이송되는 동안에도 조 씨의 협박은 계속됐다. "다시 그 자리로 와라", "진짜 죽는다", "오늘부터 너희 인생을 망쳐줄게" 등의 문자 메시지가 이어졌다.
조 씨 측은 프랑스에서 신발을 수입해 파는 한 러닝화 매장에 피해자들이 투자한 걸 두고 "거래처를 뺏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폭행도 그 시도를 막으려다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 10명의 소규모 업체가 한 해 매출이 800억원에 달하는 회사의 거래처를 빼앗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조 씨는 답하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조이웍스앤코의 사과는 폭행 19일 만인 지난 4일 처음 나왔다. 폭행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 만이었다. 업체 측은 조 씨가 사안의 중대함을 무겁게 인식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오만함과 경솔함으로 상처를 드렸다", "사과를 전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폭행 사실이 보도된 뒤 호카 불매 운동이 번지기 시작했다. 5일과 6일 이틀간 조이웍스앤코 주가는 14% 넘게 급락했다.
이후에도 "만나자", "합의하자"고 종용하던 조 씨는 6일 합의금을 제시하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사비로 각각 2억 원씩 준비할 테니 합의 좀 봐달라."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피해자들에게 직접 한 말이 아니었다. 조 씨가 지인에게 피해자들과 합의를 봐달라고 부탁하거나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전달받은 피해자들은 '맷값 받고 끝내라'는 강요로 느껴졌다고 했다. 한 피해자는 "맷값 줄 테니까 합의 좀 보게 해달라 이런 것이다. 참담하다. 사퇴하는 것도 본인 회사의 임직원들하고 그 사람들에 사과한 것이지 우리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나도 몸싸움 중 목도 긁히고 허리도 다쳤다"는 말도 황당했다고 한다. 쌍방 폭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매체에 따르면 조 씨는 피해자들에 대한 폭행 고소를 아직 취하하지 않았다.
결국 조 씨는 7일 사임했다. 그는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또 "물리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순간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
황당하게도 이렇게 사과하면서도 조 씨는 MBC 취재진을 탓했다고 한다. 그는 MBC 기자에게 "기자님 때문에 제 인생 다 망쳤다. 사실도 아닌 걸 가지고"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카의 국내 수입·유통을 담당하는 조이웍스앤코는 2023년 매출 433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매출 820억원, 영업이익 183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1~10월 누적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4% 성장하는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조 씨와 임원은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자사주 40만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호카는 2009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러닝화 브랜드로, 두툼한 밑창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러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쿠션감이 뛰어나 장거리 러닝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조 씨는 사임 발표와 함께 의결권 있는 주식 36만6315주(총 지분의 1.50%)를 모두 팔았다. 경찰은 다음 주중 조 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