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기겁'하는데, 입에 넣으면 속이 싹 풀어지는 '경상도식' 해장국

2026-01-10 09:30

떡과 소면을 넣어 끓인 얼큰한 해장 음식

해장국이라 하면 진한 고기 국물이나 얼큰한 양념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경상도에는 전혀 다른 방식의 해장이 있다.

맵지도, 기름지지도 않은데 속이 천천히 풀리는 음식. 여기에 떡과 소면까지 더해지면 한 그릇의 밀도는 더 높아지고, 해장 음식 이상의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이 음식은 경상도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먹어온 것이다. 란 국에 밥이나 곡물을 넣어 자박하게 끓인 음식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됐다. 또한 남은 재료를 알뜰하게 활용하던 생활 방식에서 비롯됐다. 집집마다 재료는 조금씩 달랐지만, 속을 편안하게 만드는 음식이라는 공통점은 같았다.

유튜브 '1분요리 뚝딱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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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경상도식 해장국, '갱시기죽'이다.

기본적인 갱시기죽은 찬밥과 된장, 김치를 중심으로 끓인다. 여기에 떡과 소면을 넣으면 식감과 포만감이 훨씬 살아난다. 밥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든다면, 떡은 쫀득함을, 소면은 부드러운 탄력을 더한다. 술 다음 날 허기까지 함께 달래기엔 이 조합이 제격이다.

재료는 찬밥, 멸치 육수, 된장, 잘 익은 김치, 떡국용 떡, 소면, 대파 정도면 충분하다. 취향에 따라 두부나 애호박, 감자를 더해도 좋다. 고기를 넣지 않아도 재료 자체의 맛이 어우러지면서 깊이가 생긴다. 그래서 이 음식은 해장뿐 아니라 몸이 피곤한 날, 아침 식사로도 자주 올랐다.

조리 과정은 어렵지 않다. 냄비에 멸치 육수를 붓고 끓이다가 된장을 풀어준다. 된장은 짠맛이 나지 않을 정도로만 넣는다. 여기에 잘게 썬 김치를 넣고 한 번 끓여 국물에 맛을 낸다. 그다음 찬밥을 넣고 숟가락으로 밥알을 풀어주듯 저어준다. 밥이 퍼지면서 국물은 자연스럽게 죽처럼 변한다.

유튜브 '1분요리 뚝딱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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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어느 정도 풀어졌다면 떡을 먼저 넣는다. 떡은 익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에 이 순서가 중요하다. 떡이 말랑해질 즈음 불을 중약불로 줄이고, 소면을 반으로 부러뜨려 넣는다. 소면은 오래 끓이면 퍼지기 쉬우니 넣은 뒤에는 자주 저어주며 상태를 살핀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완성이다. 필요하다면 간을 아주 약하게 조절하되, 갱시기죽의 핵심은 자극을 줄이는 데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게 좋다. 참기름을 넣는 집도 있지만, 해장용이라면 생략하거나 아주 소량만 더한다.

이 갱시기죽은 첫 숟갈보다 두 번째 숟갈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떡의 쫀득함, 소면의 부드러움, 밥이 만든 걸쭉한 국물이 한데 어우러지며 속을 천천히 풀어준다. 맵거나 짜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유다. 전날 술로 예민해진 위장에도 부담 없이 넘어간다.

유튜브 '1분요리 뚝딱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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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적으로도 균형이 좋다. 밥과 떡, 소면이 빠르게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된장과 김치의 발효 성분은 장을 편안하게 만든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 숙취로 부은 몸에도 부담이 적다. 억지로 해장국을 밀어 넣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숟가락이 간다.

요즘에는 자극적인 해장 음식 대신 이런 담백한 음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냉장고에 남은 밥과 김치, 찬장에 있던 떡과 소면만 있으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특별한 날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일상의 회복을 위한 음식에 가깝다.

떡과 소면을 넣은 갱시기죽은 경상도 식문화의 실용성과 따뜻함이 그대로 담긴 한 그릇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허술하지 않고, 담백하지만 속이 든든하다. 술 마신 다음 날이 아니어도 좋다. 몸이 조금 무거운 아침, 이유 없이 속이 불편한 날이라면 이 한 그릇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유튜브, 1분요리 뚝딱이형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