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다자녀 가정 우선 배정 제도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형제나 자매, 남매가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배정됨으로써 발생해 온 가정의 이중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존에는 중학교 배정 시에만 동일 학교 배정 원칙이 적용되었으나 이를 고등학교 단계까지 확대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된 결과다.
지금까지 후기 일반고 배정 방식은 다자녀 가정을 위한 별도의 우선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같은 집안의 자녀들이 각기 다른 학교로 흩어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학부모들은 아침 등교 시간마다 서로 다른 방향의 학교로 자녀들을 실어 나르거나 대중교통 동선을 각각 챙겨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학교 행사는 물론 학부모 상담 일정까지 겹칠 경우 물리적으로 모든 학교를 방문하기 어려워 일정 조율에 애를 먹는 사례가 속출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비효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 제도 도입은 단순한 행정 편의를 넘어 저출생 기조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교육 복지 정책으로 해석된다. 학생 배정 규모가 가장 큰 서울시가 수도권 내에서 선도적으로 다자녀 우선 배정 카드를 꺼내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다자녀 가정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교육청 차원에서 덜어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서울의 선제적 조치는 향후 경기도나 인천 등 인근 수도권 교육청의 고입 배정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의 핵심은 동일교 배정이다.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에서 둘째 자녀부터는 형제나 자매가 이미 다니고 있는 후기 일반고에 지원할 경우 해당 학교로 우선 배정받는다. 다만 무조건적인 배정은 아니다. 원서 접수일을 기준으로 첫째나 손위 형제가 해당 고등학교의 1학년 또는 2학년에 재학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3학년의 경우 졸업을 앞두고 있어 재학 기간이 겹치지 않으므로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정책 설계 과정에서 학생의 선택권과 제도의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첫째 자녀는 기존과 동일하게 거주지와 지망 학교를 고려한 일반 배정 절차를 따르게 한다. 둘째 이후 자녀부터 우선 배정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특정 학교 쏠림 현상을 방지하면서도 가족 간의 유대와 편의성은 보장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다자녀 가정의 일상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형제나 자매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면 등하교 동선이 하나로 통일되어 교통비 절감과 시간 관리가 수월해진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 총회나 공개 수업, 담임 상담 등 학사 일정을 한 번에 소화할 수 있어 학교 참여에 대한 부담이 대폭 경감된다. 신입생인 동생 입장에서도 낯선 고등학교 환경에 적응할 때 먼저 학교에 다니고 있는 형이나 언니의 존재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이번 정책이 가정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지원임을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후기 일반고에서도 형제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길을 열어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표라 설명했다. 그는 저출생 시대에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창한 구호보다 학부모와 학생의 불편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발굴하는 것이라며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변경안은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7학년도 입학전형부터 본격 적용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구체적인 시행 기준과 세부 절차를 담은 2027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3월 말 공식 공고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서울의 교육 지형을 바꾸고 다자녀 가정의 숨통을 트이게 할 이번 제도가 현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