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에서 꺼낸 딱딱한 피자를 보며 망설인 경험이 있는가. 전날 주문한 피자 한두 조각이 남았지만 오븐을 켜기엔 귀찮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눅눅해질 게 뻔하다. 이럴 때 프라이팬 하나와 물 몇 방울이면 이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다.
브루클린의 유명 피자 가게 로베르타스가 포장 메뉴판에 적어놓은 방법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논스틱 프라이팬에 피자를 올리고 중약불에서 2분간 굽는다. 바닥이 바삭해지기 시작하면 피자에서 떨어진 곳에 물을 소량 떨어뜨리고 재빨리 뚜껑을 덮는다. 약불로 줄인 뒤 1, 2분 더 기다리면 된다. 바닥은 바삭하고 치즈는 녹아내리며 도우는 촉촉한 상태로 돌아온다.
미국 주방용품 브랜드 킹아서베이킹의 설명에 따르면 냉장 보관된 피자의 도우가 딱딱해지는 건 전분 분자의 재결정화 때문이다. 빵이 식으면서 전분 내 수분이 증발하고 분자가 다시 배열돼 단단한 구조를 형성한다. 이를 되돌리려면 최소 섭씨 60도 이상으로 가열해 전분 결정을 깨뜨리고 수분을 다시 흡수시켜야 한다.
프라이팬 방식은 이 원리를 활용한다. 팬 바닥의 직접적인 열이 도우를 바삭하게 만들고, 뚜껑 속 증기가 위에서 치즈를 녹이며 토핑이 마르지 않게 한다. 미국 요리 전문 매체 아메리카스테스트키친은 물 반 티스푼을 넣고 뚜껑을 덮어 5, 6분간 증기로 익힌 뒤, 뚜껑을 열고 기름 반 티스푼을 둘러 1, 2분 더 구우면 완벽하다고 설명했다.
주철 팬을 쓰면 열 분포가 고르고 결과물이 더 좋다. 요리 매체 푸드52는 주철 팬에 피자를 올려 뚜껑 없이 굽다가 치즈가 반들거리기 시작하면 물 몇 방울을 떨어뜨리고 약불로 줄여 1분간 뚜껑을 덮는 방법을 소개했다. 스테인리스나 논스틱 팬도 문제 없지만 주철만큼 열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스페인 매체 엘에스파뇰은 팬을 예열한 뒤 피자를 올리고 치즈가 녹기 시작하면 옆쪽에 물 반 큰술씩 떨어뜨려 증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물이 완전히 증발할 때까지 3, 4분 더 가열하면 된다. 멕시코 요리 커뮤니티에선 얼음 두 조각을 넣고 뚜껑을 덮는 방식도 소개됐다. 얼음이 천천히 녹으며 지속적인 증기를 공급한다는 원리다.
전자레인지는 피해야 한다. 빵 속 전분 분자 사이 수분이 국소적으로 끓으면서 전분이 재배치돼 뜨거울 땐 질기고 식으면 딱딱해진다. 요리 매체 더키친은 전자레인지에 물 한 컵을 함께 넣으면 조금 나아진다고 했지만 바삭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븐도 나쁘지 않다. 섭씨 180도로 예열해 5~10분 구우면 된다. 다만 시간과 전력 소모가 크다. 에어프라이어는 섭씨 175도에서 4, 5분이면 충분하지만 순환하는 뜨거운 공기가 도우를 지나치게 딱딱하게 만들 수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핵심은 바닥은 직접 가열로 바삭하게, 위는 증기로 촉촉하게 만드는 것이다. 올리브오일이나 파마산 치즈, 갓 간 후추를 뿌리면 풍미가 되살아난다. 냉장 보관으로 약해진 맛을 보완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