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보험 제도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해 육아 가정과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폭 개편된다. 금융 당국과 보험 업계는 출산과 육아로 소득이 줄어든 가정을 위해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거나 깎아주는 상생 금융 방안을 도입하고, 전기차 충전 시설 화재 등 신종 위험에 대비한 배상 책임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2026년 4월부터 시행되는 저출산 극복 지원 3종 세트다. 출산이나 육아 휴직으로 인해 소득이 감소한 기간 동안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우선 임신 중인 태아를 포함해 자녀를 출산한 경우, 어린이보험의 보험료를 최소 1년 이상 할인받을 수 있게 된다. 갑작스럽게 소득이 끊기거나 줄어들어 보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을 막기 위해 보험료 납입을 6개월 또는 1년 동안 미룰 수 있는 납입 유예 제도도 도입된다. 보험계약대출을 이용 중인 소비자가 출산이나 육아 휴직을 하게 되면 최대 1년 동안 대출 이자 상환도 유예받을 수 있어 가계의 고정 비용 부담이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안전장치도 마련된다. 2026년 1월 1일부터 전기차 충전 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나 아파트 관리 주체는 '전기차 충전 시설 사고 배상 책임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 중 화재나 폭발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보상 능력이 부족해 피해 구제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조치로 충전 시설의 화재, 폭발, 감전 등으로 인한 대인(사람), 대물(재물) 피해가 보장된다. 보상 한도는 인명 피해의 경우 1인당 1억 5천만 원, 재산 피해는 1사고당 10억 원으로 설정됐다. 단순 화재뿐만 아니라 충전기 커넥터가 과열되어 차량이 녹거나 변형되는 경우까지 보상 범위에 포함된다. 신규 충전 시설 운영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노후 자금 활용도 역시 높아진다. 사망한 뒤에나 받을 수 있었던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당겨쓸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이 2026년 1월부터 전체 생명보험사로 확대 출시된다. 이는 사망 보장 금액을 줄이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해약 환급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구조다. 기존에는 일부 보험사에서만 취급했으나, 이제 19개 생보사 전반에서 가입이 가능해져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노후 생활비나 의료비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연금을 종신토록 나누어 받거나 장기간 수령하는 은퇴자를 위한 세제 혜택도 강화된다. 2026년 1월 1일 이후 연금 수령분부터,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 종신 계약 형태를 선택하면 연금 소득에 부과되는 원천징수세율이 기존 4%에서 3%로 인하된다.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20년을 초과하여 장기 수령할 경우, 퇴직 소득세 감면율이 기존 40%에서 50%로 확대된다. 이는 은퇴자가 일시금으로 목돈을 찾아 쓰기보다는 안정적인 월 소득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세제 지원책이다.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금융감독원이 도맡아 처리하던 민원 중 분쟁 소지가 없는 단순 질의나 보험료 수납 방법 변경 같은 건은 2026년 상반기부터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직접 처리하게 된다. 민원 처리 속도가 빨라져 소비자의 대기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전제품 매장이나 여행사 등에서 본업과 관련된 보험을 판매하는 간단 손해 보험 대리점의 취급 상품이 기존 손해보험에서 생명보험과 제3보험(상해·질병)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일상생활 접점에서 더욱 다양한 보험 상품을 손쉽게 접하고 가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