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고령의 손님을 심폐소생술로 구한 고등학생들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며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반복적으로 받아온 학교 안전교육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한 생명을 살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울산 대송고등학교 2학년 윤재준 군과 화암고등학교 2학년 문현서 군은 지난달 28일 오후 1시 30분쯤 울산 동구 일산지회센터 인근 식당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긴급 상황을 마주했다. 식당 사장이 다급하게 “119를 불러 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상황을 살피던 두 학생은, 식사 도중 80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반응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당시 남성은 고개를 떨군 채 움직임이 없었고, 함께 있던 일행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본 문 군은 지체 없이 남성에게 다가가 바닥에 눕힌 뒤 고개를 젖혀 기도를 확보했다. 윤 군은 호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두 학생은 침착하게 역할을 나눠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약 2분간 지속된 흉부 압박 끝에 남성은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남성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들의 선행은 현장을 목격한 시민이 학교 누리소통망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단순한 미담을 넘어, 응급 상황에서의 올바른 판단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빠르게 확산됐다.
윤 군은 “HD현대중공업 사내 특수구조대원으로 활동 중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심폐소생술을 여러 차례 배웠다”며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받은 안전교육 덕분에 실제 상황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문 군 역시 “배운 내용을 그대로 떠올리며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했을 뿐”이라며 “할아버지가 다시 숨을 쉬는 걸 보고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이번 사례를 체험 중심 안전교육의 성과로 평가했다. 교과 과정 속 이론 교육에 그치지 않고, 반복 훈련을 통해 위급 상황에서도 즉각 행동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실제 생명 구조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박수영 대송고 교장은 “학생들이 위험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용기를 낸 것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생명 존중과 응급 대응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심정지 발생 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구급대 도착 전까지의 ‘골든타임’을 일반 시민이 지켜낼 수 있느냐가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응급 상황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일상 속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순간 누군가의 배움과 용기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교실에서 배운 한 번의 실습이, 식당 한켠에서 한 사람의 삶을 이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