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타포스 투입해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후 국외 이송

2026-01-03 20:08

트럼프 2기 두 번째 해외 군사개입…"마약 카르텔·반미정권 동시 제거"
델타포스 투입 새벽 기습작전…중남미 패권 재확립 '돈로주의' 본격화

미국에 의해 생포돼 국외로 옮겨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Ministerio P.P. Ciencia y Tecnología' 유튜브 채널
미국에 의해 생포돼 국외로 옮겨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Ministerio P.P. Ciencia y Tecnología' 유튜브 채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를 전격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축출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 지하 핵시설 폭격에 이은 두 번째 직접적인 해외 군사 개입이다. 이번 작전은 마약 카르텔 소탕과 정권 전복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재확립하려는 이른바 '돈로주의(Donroe Doctrine)'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그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이 그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 여사와 함께 체포돼 베네수엘라 밖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작전은 미국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에 수행됐다"며 미 동부시간 오전 11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델타포스 투입 새벽 기습…폭발음과 정전 잇따라

CBS뉴스에 따르면 미군의 엘리트 특수부대인 델타포스가 마두로 체포 작전에 투입됐다. 현지시간 3일 새벽 2시경 카라카스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CNN 취재진은 현장에서 여러 차례 폭발과 항공기 소리를 목격했다. 일부 지역에선 정전이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습 직후 긴급 성명을 내고 카라카스와 미란다주, 아라과주, 라과이라주의 민간 및 군사 시설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국영 TV(VTV)와의 통화에서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소재를 알 수 없다"며 미국을 향해 대통령 부부의 생존 증거를 즉각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베네수엘라 헌법상 대통령 유고 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직을 승계하게 돼 있으나, 미군의 점령과 정권 붕괴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수개월 압박 끝 강수…해상봉쇄→항만 타격→수도 공습

이번 군사 행동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베네수엘라의 대형 카르텔인 '트렌데아라과(TdA)' 등을 대상으로 군사력 사용을 지시해왔다. 미군은 지난해 8월 카리브 해역에 해군 함정과 병력을 급파한 것을 시작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군은 카리브해 일대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 30여 척을 공격해 110명 이상을 사살했다. 지난달 초에는 베네수엘라 해안의 항만시설에 무인기(드론)를 보내 타격하면서 공격 표적을 해상에서 육상 시설로 확대했다. USS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을 비롯한 11척의 함정과 1만5000명의 병력이 카리브해에 배치됐다. 그동안 미국은 해상 봉쇄와 유조선 나포 등 경제적 제재에 집중하며 지상 작전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결국 수도 카라카스 공습이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마약 운반선 공격이나 해상 봉쇄만으로는 마두로 좌파 정권을 축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공식 지정했으며, 지난달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두로 정권이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결사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자, 미국은 기습적인 한밤 공습을 통해 대통령 생포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를 마약 테러리즘과 밀수 혐의로 기소하고 체포 현상금을 5000만달러(약 740억원)로 올렸다. 마두로는 2020년 미 법무부로부터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됐다. 공화당 마이크 리 상원의원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통화 내용을 인용해 "마두로는 미국에서 형사재판을 받기 위해 체포됐으며, 체포영장 집행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작전이 전개됐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마두로가 미국 구금 상태에 있으므로 베네수엘라에서 추가 작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돈로주의' 본격화…중국 견제·석유자원 확보 노린 다목적 작전

이번 작전의 핵심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신고립주의 대외정책인 '돈로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백악관이 지난달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태평양과 유럽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하되 전략적 우선순위를 서반구인 북미와 중남미에 두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1800년대 유럽의 간섭을 배제하고 아메리카 대륙의 이권을 중시했던 먼로주의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에 맞춰 확장·개정해 '서반구는 미국의 구역'임을 천명한 노선이다.

돈로주의의 일차적 목표는 중남미에서 급격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다. 중국은 파나마, 베네수엘라, 쿠바 등지에 대규모 차관과 원조를 제공하며 미국의 '턱밑'까지 세력을 넓혀왔다. 따라서 이번 카라카스 공습과 마두로 대통령 생포는 중남미 전역에 미국의 지배력을 다시 각인시키고 중국의 진출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대내외적 신호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석유 자원을 확보하려는 경제적 의도도 이번 작전의 주요 동기로 꼽힌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과거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 엑손모빌 등 서구 석유 메이저 기업들의 유전을 국유화하면서 미국과 깊은 갈등을 빚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이 훔친 유전에서 나온 석유를 이용해 마약 테러리즘과 살인, 납치 자금을 대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해왔다. 이번 정권 교체 시도는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에 대한 서방의 통제권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작전은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미국이 중남미에서 벌인 가장 직접적인 군사개입이다. 당시 미국은 마약 혐의로 마누엘 노리에가 군사 지도자를 축출했다.

국제사회 비판 고조…전쟁범죄 논란 재점화 우려

국제 사회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성명에서 "이번 공격의 목적은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광물 등 전략적 자원을 탈취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이번 행동을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카라카스가 공격받고 있다"며 미주기구(OAS) 긴급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쿠바, 이란 등 우방국들도 미국의 군사 개입을 비판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마약 의심 선박 공격 당시 생존자를 상대로 2차 공격을 해 전쟁범죄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이번 공습 과정에서의 민간인 살상 여부에 따라 국제적 비난 여론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리스크도…향후 처리 방안이 변수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작전을 통해 대외적인 강인함을 과시했으나, 내부적인 정치적 리스크도 안게 됐다. 베네수엘라와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해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내 여론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체포한 마두로 대통령을 향후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베네수엘라에 친미 성향의 과도 정부를 어떻게 수립할지가 이번 사태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내부는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태로, 미군의 점령 상황에서 정상적인 정권 이양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사실상 무너뜨리면서 중남미 정세는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번 카라카스 공습은 미국의 이익을 저해하는 반미 국가에 대해 언제든 물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트럼프식 '힘에 의한 평화'가 본격화했음을 보여준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