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다 진짜, 그립다”...KBS 연기대상 눈물 바다로 만든 대배우

2026-01-01 13:20

이순재 추모 속 안재욱·엄지원, 첫 지상파 대상
고인의 겸손함이 남긴 울림, 후배 배우들의 눈물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열린 '2025 KBS 연기대상' 시상식장이 고(故) 이순재 추모 분위기로 물들었다. 전년도 대상 수상자였던 그는 작년 11월 25일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대상 수상한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엄지원 / 유튜브 'KBS Drama'
대상 수상한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엄지원 / 유튜브 'KBS Drama'

이날 대상의 영예는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안재욱과 엄지원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 모두 지상파 첫 대상 수상이었다. 시상에는 이순재를 대신해 2023년도 대상 수상자였던 최수종이 나섰다.

최수종은 “원래 대상 시상은 항상 전년도 수상자가 했었는데, 이순재 선생님의 빈자리를 제가 대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이 시간쯤 이 자리에서 선생님의 (수상) 소감을 듣고 큰 울림을 받았다. 어떤 일을 하든 열정을 가지고 또 최선을 다하고 겸손하면서 모든 상대방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대할 때 배려하는 마음을 진정으로 담으면서 말씀하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안재욱은 수상 소감을 통해 먼저 이순재를 떠올렸다. 그는 "저하고는 인연이 없는 상인가 싶었는데, 저에게도 이런 날이 왔다"며 말을 이었다. 이어 "한창 바쁘게 활동할 때 큰 수상의 영예에서 빗나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자책도 많이 하고, 불평불만도 쏟아냈다"고 털어놓았다.

유튜브, KBS Drama

안재욱은 "지난해 선생님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많은 걸 느꼈다. 저렇게 오랜 연기 생활을 하신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겸손하고 고마워하시는데, 내 그릇이 너무 작았구나 싶었다"며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멍청이 배우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받는 대상을 선생님께서 직접 전달해 주셨으면 더할 나위 없이 감동이고 영광이었겠지만, 많이 아쉽고 그립다"고 전했다. 안재욱은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면 주위를 돌아다니며 자랑했던 날이 떠오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엄지원 역시 이순재를 언급하며 오열했다. 그는 "큰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말문을 열었으나 고인을 떠올리자 끝내 "미치겠다 진짜"라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유튜브, KBS Drama
2025 KBS 연기대상 / 유튜브 'KBS Drama'
2025 KBS 연기대상 / 유튜브 'KBS Drama'

엄지원은 "2002년 아침 드라마 '황금마차'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서 잘 몰랐다. 그때 돌아가신 여운계 선생님이 할머니셨고, 2012년 '무자식 상팔자'를 할 때 김해숙 선생님, 할아버지가 이순재 선생님이셨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 제 할아버지가 이순재 선생님이셨다"며 "당시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제겐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엄지원은 거듭 눈물을 훔치며 "선생님은 너무나 큰 스승이다"라고 말했다.

박장범 KBS 사장 역시 "지난해 선생님께 드린 대상은 한국방송사 전체를 대표해서 드리는 상"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배우들도 이순재를 추모했다. 여자 최우수상을 받은 이영애는 "데뷔 때 드라마에서 제게 큰 버팀목이 돼 주셨던 이순재 선생님과 올해 유명을 달리하신 김지미 선생님, 제가 너무 사랑하는 윤석화 언니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장편 드라마 부문 우수상을 받은 정일우도 "이순재 선생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며 항상 노력하고 발전하는 배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이순재를 기리는 특별 무대도 마련됐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췄던 뮤지컬 배우 카이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불렀다.

드라마 '개소리'에서 이순재의 파트너 견 '소피'로 등장한 강아지와 후배 배우들도 무대에 올라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순재는 언제까지나 내 최고의 파트너야. 고마웠어 내 친구 이순재, 안녕"이라는 소피의 뒤늦은 작별 인사가 흘러나왔다.

유튜브, KBS Drama

이 순간 배우 엄지원, 안연홍, 정일우 등은 눈시울을 붉혔다. 객석에 앉은 배우들도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순재는 지난 1월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당시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1934년생인 이순재는 1956년 연극으로 데뷔한 이래 70여 년간 연기 인생을 이어왔으며,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허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등에서 국민 배우로 사랑받았다.

한편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이날 시상식에서 남녀 신인상, 작가상, 베스트 커플상, 남녀 조연상, 남녀 장편 드라마 우수상 등 11개 부문을 석권하며 2025년 KBS 최고의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