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첫날인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전환을 통한 대도약'이라는 집권 2년 차 국정 청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신년사는 지난해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대한민국이 선도 국가로 치고 나가기 위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지난해의 당면 목표였던 회복과 정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을사년은 걱정과 불안을 이겨낸 회복과 정상화의 시간이었다"며 "무너진 나라를 복구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추경과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이 제 역할을 해내며 소비심리는 7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회복했고 경제성장률 또한 상승 추세"라고 밝혔다.
신년사에는 국정 운영의 성과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지표들이 대거 포함됐다. 주식시장의 코스피 4000 돌파와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라는 역대급 기록 달성을 언급하며 우려 섞인 좌절이 기대 섞인 전망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확보된 GPU 26만 장과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여야가 합의한 AI 시대의 첫 예산안을 첨단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발판으로 꼽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와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통해 성장의 지평을 넓혔다고 자평했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과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한미동맹이 경제 부흥의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을 뿐이며 남들보다 늦은 만큼 이제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경제 성장의 결실이 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관세 협상의 혜택이 일부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냉정하게 짚었다. 이에 따라 새해 목표를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으로 정하고,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함께 나누는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매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고도성장을 이끈 '성공의 공식'이 이제는 발목을 잡는 '성공의 함정'이 됐다며,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다섯 가지 대전환의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째는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 3특 체제로의 대전환은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끌 필수 전략"이라며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고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서울은 경제 수도로, 중부권은 행정수도로, 남부권은 해양 수도로 삼아 국토를 다극 체제로 넓게 활용하고 남부 반도체 벨트와 AI 실증도시 등에 대한 집중 투자를 약속했다.
둘째는 '일부 대기업 중심'에서 '모두의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공동의 경제적 성과가 중소·벤처 기업과 국민의 호주머니까지 채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를 마중물 삼아 국민 누구나 성장의 열매를 나눌 수 있게 하고, 청년 기업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하는 '중소기업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셋째는 '생명 존중과 안전'이 기본인 성장이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률 OECD 1위라는 기록에 대해 "경제 대국이라는 성취가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다"며 "생명 경시에 대한 비용과 대가를 지금보다 훨씬 비싸게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 2,000명 증원과 일터 지킴이 신설을 통해 안전한 작업환경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넷째는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K-콘텐츠 수출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축이 된 시대적 흐름에 맞춰 문화 예산을 9조 6000억 원까지 대폭 증액했다. 문화를 매개로 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대중문화의 뿌리인 기초예술과 문화 생태계 전반을 풍성하게 가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 다섯째는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성장'이다. 굳건한 평화가 성장의 다른 말이며 안보가 번영의 동력이라는 지론에 따라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를 적극 지원하고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시켜 한반도 평화 공존의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다섯 가지 대전환의 원칙은 낭만이 아니라, 이뤄내지 못하면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한 호소"라며 "이제 실천과 행동의 시간"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신년사를 마무리하며 "국가가 부강해지면 내 삶도 나아지느냐는 국민의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하겠다"며 "전 세계가 따라 배울 성장과 도약의 새로운 표준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