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5년의 마지막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던 12월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신용동 영산강변에서 순백의 겨울 진객(珍客)들이 장엄한 군무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의 시름과 무게를 모두 털어내는 듯, 수십 마리의 고니 떼가 힘찬 날갯짓과 함께 강물을 박차고 오르는 모습은, 밝아오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향한 거대한 희망의 서곡과도 같았다.
차가운 겨울 강물 위에서 한가로이 유영하던 고니 무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선두의 힘찬 울음소리를 신호로 일제히 비상을 시작했다. 거대한 날개가 수면을 가르는 소리가 고요한 강변의 정적을 깨웠고, 이내 순백의 몸체들이 차례차례 푸른 겨울 하늘로 솟아올랐다. 도심의 빌딩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들의 우아하고도 역동적인 비행은, 지난 한 해 동안 지친 시민들의 마음에 잠시나마 평화와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고니의 비상은 단순한 자연의 움직임을 넘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했다. 고고한 자태로 묵묵히 겨울을 나던 고니들이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시민들은 지난 한 해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희망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특히 이날 포착된 고니 떼의 힘찬 날갯짓은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의 역동적인 기운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우아한 고니의 비상으로 시작된 새해가, 정열과 성장을 상징하는 말의 기상처럼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모두의 염원이 하늘 위로 함께 날아올랐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영산강 상공에 희망의 잔상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진 고니 떼. 이들이 남기고 간 고요한 여운은, 2026년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모두에게 자연이 건네는 가장 아름답고 힘찬 응원의 메시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