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결핵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재발 없는 치료 성공률이 86%를 상회하며, 특히 건강검진을 통한 진단 시 치료 성공 가능성이 일반 환자보다 2.4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019년부터 3년간 수집된 결핵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해 무증상 결핵의 조기 진단이 예후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오는 2026년부터 관련 연구를 본격 확대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가톨릭대학교 민진수·김형우 교수팀과 함께 수행한 결핵 코호트 연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18개 대학병원에서 모집된 폐결핵 환자 1,071명의 임상 정보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환자가 스스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단된 무증상 결핵 환자의 치료 예후와 조기 발견의 효과를 정밀하게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결핵 환자 3명 중 1명꼴인 32.7%가 무증상 결핵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침, 발열, 야간 발한, 체중 감소 등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주요 4대 증상은 물론이고 객담이나 객혈, 호흡곤란 등 결핵 관련 10개 증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무증상 환자군은 증상이 있는 환자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고 저체중 비율이 낮았으며, 대다수가 건강검진을 통해 병을 발견했다는 특징을 보였다.
무증상 결핵 환자의 치료 성적은 일반 환자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재발 없이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비율인 우수한 결과(Favorable outcome) 수치를 확인한 결과, 무증상 환자는 86.3%를 기록해 증상이 있었던 환자의 76.4%보다 약 10%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발견 경로에 따른 예후 차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무증상 상태에서 발견된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 병원을 찾아 진단받은 환자보다 치료 성공 가능성이 약 2.4배나 높게 분석됐다.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지표가 확인됐다. 무증상 결핵 환자는 증상 환자와 비교했을 때 치료 시작 후 1년 이내에 치료를 완료하지 못할 위험(치료 미완료 위험)이 약 3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상이 없더라도 조기에 병을 인지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의 순응도가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치료 마무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ERJ Open Research 최신 호에 게재되며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동안 결핵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야 치료를 시작하는 질환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번 연구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환자를 찾아내는 전략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인구 기반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결핵 환자의 약 절반은 주요 증상 없이 지내며, 이들이 지역사회 내 결핵 전파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건강검진 시 흉부 X선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무증상 환자 발견이 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체체적인 치료 성과 분석은 그간 부족한 실정이었다.

정부는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 결핵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오는 2026년부터 전향적 무증상 결핵 코호트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무증상 결핵 환자의 규모와 특성, 임상 경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증상 유무와 관계없는 새로운 결핵 선별 전략(Symptom-agnostic screening)을 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