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국민 간식인 귤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꼭지 아래에서 드러나는 특이한 무늬에 눈길이 멈춘다. 별다른 도구도 필요 없다. 귤 꼭지를 조심스럽게 떼어내는 순간, 내부에 독특한 원형 패턴이 나타나는데 단순한 흉터가 아니라 귤이 열매로 자라온 ‘구조’가 그대로 남은 흔적이다.

유튜브 채널 ‘수상한생선’에 따르면 귤의 겉면에는 가지를 잘라낸 뒤 남은 꼭지 부분이 보인다. 이 지점을 확대해 보면 5가지 방향으로 뻗은 듯한 형태가 관찰되는데, 이는 귤꽃의 꽃받침이다. 귤꽃은 5개의 꽃잎과 5개의 꽃받침으로 이뤄져 있고, 중앙에는 암술과 수술이 위치한다. 꽃이 진 뒤 암술 밑의 씨방이 점차 발달해 우리가 먹는 귤이 되며, 이 과정에서 암술의 윗부분은 시들어 흔적만 남는다. 반면 꽃받침은 열매의 밑부분에 ‘그대로’ 남아 귤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여기서 ‘비밀’은 꽃받침을 떼어낼 때 더욱 선명해진다. 꽃받침 부분을 조심스럽게 분리하면 안쪽에 원형으로 둘러선 무늬가 드러난다. 자세히 보면 무늬가 10개 정도로 분명하게 보이는데, 놀랍게도 이는 귤 속 조각(과육의 쪽수)과 맞물린다. 귤 조각 수는 개체마다 차이가 있어 보통 10~12조각으로 나뉘지만, 꽃받침 아래에서 보이는 무늬가 ‘안쪽 설계도’처럼 조각 수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현상은 귤락과 연결된다. 귤락은 귤 속 하얀 실처럼 보이는 조직으로, 실제로는 영양분과 수분이 드나드는 관다발 조직이다. 확대해 보면 관 형태를 띠며, 귤 껍질을 완전히 제거했을 때 귤락이 조각들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꼭지 아래에 남은 원형 무늬는 각 조각으로 이어지는 관다발 조직의 ‘연결 흔적’인 셈이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열매까지 공급되는 통로가 촘촘히 뻗어 있었기에, 귤은 겨울 과일 특유의 수분감을 갖추게 된다.
귤의 겉면을 자세히 보면 미세한 구멍들이 촘촘히 나 있는 것도 관찰된다. 이는 귤 껍질에 위치한 기름샘으로, 여기서 식물성 기름이 분비된다. 귤 표면이 반지르르 윤기가 도는 이유가 이 기름샘에 있다. 이 기름은 껍질을 통한 수분 증발을 막는 역할도 해, 귤이 비교적 오랫동안 촉촉함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겉면의 질감과 광택이 단순한 ‘외관’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능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귤은 꽤 정교한 구조의 과일이다.

꼭지는 맛있는 귤을 고를 때도 유용한 체크포인트다. 꼭지 주변이 지나치게 마르고 갈라져 있으면 수확 후 시간이 꽤 지난 경우가 많아 과육 수분이 줄었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꼭지가 비교적 싱싱하고, 껍질과의 접합부가 단단해 보이면 최근에 수확·유통됐을 확률이 높다. 꼭지 주변 껍질이 들떠 있거나 상처가 있으면 내부 과육이 마르거나 물이 빠진 개체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꼭지만으로 당도를 확정할 수는 없으므로, 크기 대비 무게감, 껍질의 두께감, 눌렀을 때의 탄력 등을 함께 보는 것이 정확하다.
영양 측면에서 귤은 겨울철 건강 관리와 맞닿아 있다.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력 유지와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고, 베타카로틴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은 피부 건강과 노화 방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수분 함량도 높아 건조한 계절에 체내 수분 보충에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귤락은 떼어내지 않고 먹는 편이 낫다. 귤락에는 펙틴과 헤스페리딘 성분이 들어 있어 혈관 건강과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장 운동을 촉진해 소화를 돕는다. 당 흡수를 완만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어 혈당 급상승을 줄이는 데에도 유리하다.
결국 귤은 한국인에게 겨울을 대표하는 ‘일상 간식’이자, 구조와 기능이 꽤 치밀하게 설계된 과일이다. 손으로 까먹는 단순한 습관 속에도 꽃받침의 흔적, 관다발 조직의 길, 기름샘의 역할 같은 과학적 단서들이 겹겹이 숨어 있다. 꼭지를 ‘이렇게’ 떼어내 한 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귤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