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주행’ 누명 벗은 김보름, 팬들에게 아쉬운 소식을 전했다

2025-12-31 14:09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되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김보름(32·강원도청)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김보름이 훈련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 뉴스1
김보름이 훈련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 뉴스1

김보름은 지난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2024년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며 “어린 시절 얼음 위에 처음 발을 디뎠던 날부터 스케이트는 제 삶의 전부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꿈을 따라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그 길 위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이라는 값진 무대와 소중한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선수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있다”며 “운동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 길을 나아가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김보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빙상에 입문한 뒤 정화여고 시절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며 장거리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30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2012년 도입된 매스스타트 종목에 집중해 존재감을 키웠다.

김보름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하고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뉴스1
김보름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하고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뉴스1

김보름은 세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대회에 연속 출전했고, 특히 안방에서 열린 2018년 평창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꿈을 이뤘다.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5000m 금메달을 따내는 등 굵직한 성과도 남겼다.

다만 평창올림픽에서는 여자 팀추월 경기 이후 ‘왕따 주행’ 논란에 휘말리며 긴 시간을 힘겹게 보냈다. 김보름은 당시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특별 감사에서 ‘왕따 주행이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고 동료 선수의 허위 주장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23년 5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김보름은 은퇴 글에서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기쁨의 순간도 있었지만 말로 다 담기 어려운 시간 또한 지나왔다”면서도 “그럼에도 끝까지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스케이트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많은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