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학령인구 감소와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전라남도의 두 전통 있는 공업고등학교가 지역의 미래를 건 담대한 도전에 나섰다.
과거 제조업 시대의 인재를 키워내던 목포공업고등학교와 해남공업고등학교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AI특화 마이스터고'로의 파격적인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학교의 체질 개선을 넘어, 지역의 산업 지도를 바꾸고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남 교육의 강력한 생존 전략이다.
#과거의 명성 넘어…목포공고, AI 시대로의 담대한 '비전 선포'
지난 29일 목포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설명회는 학교의 미래를 향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교직원은 물론, 학교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온 총동문회와 학교운영위원회 관계자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AI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학교 비전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는 단순히 교육청의 계획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학교 구성원들이 먼저 지역 산업의 동향을 분석하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고민하며, 자발적으로 학교 혁신의 굳은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 전문가 특강을 통해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구성원들의 결의가 빛났다.
#지역과 함께 그리는 미래…해남공고, '산업 맞춤형 혁신'에 머리 맞대
같은 날 해남공업고등학교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미래 설계가 이루어졌다. 해남군청과 지역 기업 관계자들이 설명회에 대거 참석해 학교의 혁신에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들은 마이스터고 전환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과 학교 운영 방향을 심도 깊게 논의하며,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곧바로 지역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탐색했다. 이는 학교 담장 안에 갇힌 교육이 아닌, 지역 산업 구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현장의 수요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살아있는 교육'을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라…빅테크 기업 향하는 전남, 인재 양성 ‘골든타임’
이러한 파격적인 변화의 배경에는 전남에 불어온 'AI 산업'이라는 거대한 기회가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전남에 둥지를 틀고 관련 인프라가 조성되면서, 지역은 지금 AI 전문 인력 양성의 '골든타임'을 맞았다. 두 학교의 마이스터고 전환은 바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역의 청년들을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키워내려는 전남교육청의 선제적인 투자다. 학교에서 길러낸 인재가 지역의 신산업 현장에서 꿈을 펼치고, 이것이 다시 지역의 성장과 정주로 이어지는 희망의 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학교 변화 아닌 '지역의 생존 전략'
전라남도교육청은 이번 마이스터고 전환을 단순한 학교의 변화가 아닌, 지역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전환점으로 보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성아 진로교육과장은 “AI특화 마이스터고 전환은 청년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목포공고와 해남공고가 전남 전략 산업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거점 교육기관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낡은 교복을 벗고 AI라는 첨단 갑옷으로 갈아입은 두 학교가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전남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지, 지역 사회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