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우 산업에서 상징적인 기록이 나왔다. 제주축산농협 축산물공판장에 출하된 한우 거세우 한 마리가 제주 지역 역대 최고 수준의 등심 단면적을 기록하며 업계 시선을 모았다. 등심은 구이용 한우의 대표 부위로, 단면적이 클수록 상품성과 생산성이 함께 평가된다.

30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제주지원에 따르면 제주시 한림읍 변철희 농가가 지난 24일 출하한 29개월령 거세우의 등심 단면적은 171㎠로 측정됐다. 이는 전국 평균인 100㎠를 71㎠ 웃도는 수치로, 제주 지역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결과다. 전국 최고 기록은 200㎠로 알려져 있다.
해당 개체의 지표는 전반적으로 고르게 높았다. 도체중은 525㎏, 근내지방도는 최고 등급인 9를 기록했고, 등지방 두께는 5㎜, 육량지수는 66.91로 집계됐다. 근내지방도는 근육 속 지방 분포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마블링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육량지수는 도축 시 얻을 수 있는 살코기 비율을 뜻하며, 통상 67.2 이상이면 A등급에 해당한다. 이번 성적은 육량과 육질이 동시에 우수한 개체로 평가된다.

축협은 해당 거세우가 올해 한우능력평가대회 대상 수상 개체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대상 수상 개체는 도체중 553㎏, 근내지방도 9, 등지방 10㎜, 등심 단면적 154㎠를 기록했는데, 단면적만 놓고 보면 이번 제주 출하 개체가 더 넓다. 등지방이 얇으면서도 마블링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사양 관리의 정교함이 드러난다는 평가다.
높은 성적의 배경으로는 체계적인 사료 관리가 꼽힌다. 변 농가는 TMR 급여를 포함한 표준화된 사료 공급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양 관리를 이어왔다. 해당 농가는 제주축산농협이 운영하는 제주 한우 브랜드 ‘보들결’ 참여 농가이자, 농협중앙회 한우암소검정 시범사업 참여 농가다. 올해에만 거세우 42두를 출하했으며, 평균 도축 개월령은 29.5개월로 전국 평균 31.6개월보다 약 2개월 빠르다. 출하 시점을 앞당기면서도 성적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생산 효율성도 높다.

거세우는 수소의 고환을 제거한 한우를 말한다. 거세를 하면 성호르몬 영향이 줄어들어 성격이 온순해지고, 근내지방이 고르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한우 구이 시장에서는 거세우가 주력으로 유통된다. 부드러움과 마블링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과 맞물려 가격대도 가장 높게 형성된다.
암소와 수소와의 차이도 분명하다. 암소는 지방이 상대적으로 적고 살코기 맛이 진해 국거리나 불고기에 적합하다. 수소는 성장 속도와 체구는 크지만 마블링이 적어 가공육 용도로 주로 쓰인다. 반면 거세우는 등심·안심·채끝 등 구이 전반에서 균일한 품질을 낸다. 마블링과 부드러움에서는 거세우가 가장 앞선다.
이번 기록을 두고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실제 유통 여부다. 역대급 단면적을 기록한 개체라고 해서 일반 소비자에게 동일한 크기의 고기가 그대로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성적은 제주 한우 전반의 품질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한다. 브랜드 한우의 신뢰도를 높이고, 제주산 한우의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