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가까운 구멍가게마저 문을 닫아 라면 한 봉지, 두부 한 모 사기 위해 읍내까지 나가야 했던 농촌 어르신들의 시름이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전남 함평군(군수 이상익)이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식품 사막' 문제의 혁신적인 해법으로, 전국 최초의 '찾아가는 농촌형 이동장터'를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고립된 농촌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주민의 안위를 살피는 움직이는 '복지 허브'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라지는 구멍가게, 위기에 처한 농촌의 식탁
농촌의 고령화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젊은이들이 떠나간 자리에 남은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해지고, 마을의 작은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자녀의 방문을 기다리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야 하는 고단한 일상이 반복됐다. 함평군이 선보인 '농촌형 이동장터'는 바로 이처럼 당연했던 일상이 무너진 농촌의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희망을 싣고 달리는 '황금마차 나비장터'
지난 30일, 함평군은 나비골농협과 손잡고 '황금마차 나비장터'의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위수탁 협약을 체결했다. 이 '황금마차'는 신선한 식료품과 각종 생필품을 가득 실은 트럭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해보면 일부 마을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해 본 결과,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제 읍내까지 나갈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안도감부터 "장터 오는 날만 기다려진다"는 설렘까지, 나비장터는 단순한 이동식 가게 이상의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물건만 파는 게 아닙니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함평의 이동장터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사람'을 향하기 때문이다. 함평군은 이 장터를 단순히 물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만 한정하지 않았다. 장터가 열리는 날은 마을 어르신들의 안부를 자연스럽게 확인하는 '안전 확인의 날'이 된다. 또한, 다양한 생활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해 이동장터를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각종 복지 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복지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물건과 함께 사람의 온기와 관심까지 배달하는 셈이다.
#행정과 농협, 주민이 손잡은 새로운 상생 모델
이번 협약을 통해 2026년부터 '황금마차 나비장터'는 해보면 21개 마을을 한 달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함평군이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실정에 밝은 나비골농협이 운영을 맡으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 '협력 모델'은 행정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농촌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풀어갈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함평군 관계자는 "이동장터는 변화하는 농촌 환경에 반드시 필요한 생활 서비스"라며 "행정과 농협, 주민이 함께 만드는 이 새로운 모델을 통해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