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한파가 예고되면서 집에서 간단하게 끓일 수 있는 따뜻한 국물 요리에 관심이 쏠린다.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먹기 좋은 메뉴로는 '닭곰탕'이 추천된다. 재료와 과정이 단순하면서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고, 소화 부담이 적어 남녀노소 모두 먹기 좋다. 특히 닭곰탕을 끓일 때 '마늘'을 언제, 어떤 형태로 넣느냐에 따라 국물의 완성도가 크게 달라진다.

닭곰탕을 간단하게 끓일 때 가장 흔한 방식은 차가운 물에 닭과 마늘을 함께 넣고 끓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닭 특유의 잡내가 국물에 남거나, 마늘 향이 뭉개져 흐릿해지기 쉽다. 반대로 물을 먼저 끓인 뒤 통마늘을 넣고 닭을 투입하면 국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끓는 물에 마늘을 먼저 넣는 순간, 마늘 향이 빠르게 퍼지면서 닭에서 올라오는 불필요한 냄새를 초반에 잡아준다.
이 방법의 핵심은 마늘의 양과 형태다. 통마늘 6~10쪽이면 1~2인분 기준으로 충분하다. 마늘을 으깨거나 다지지 않고 통째로 넣는 이유는 향의 방향성 때문이다. 통마늘은 끓는 물에서 천천히 향을 내며 쓴맛이 적고, 국물을 맑게 유지한다. 반면 다진 마늘은 향이 빠르게 퍼지지만 탁해지기 쉽고, 오래 끓이면 텁텁한 맛이 남는다.

조리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먼저 끓인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통마늘을 넣는다. 마늘 향이 퍼지기 시작하면 닭 한 마리 또는 닭다리·가슴살을 넣고 중불에서 25~30분 정도 끓인다. 닭이 완전히 익으면 건더기를 건져 결대로 찢고, 국물에 다시 넣은 뒤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끝이다. 이 순서만 지켜도 별도의 향신 채소 없이 깔끔한 닭곰탕이 완성된다.
끓는 물에 마늘을 먼저 넣는 이유는 조리 시간 단축에도 있다. 마늘 향이 초반에 충분히 우러나기 때문에 오래 끓이지 않아도 국물에 깊이가 생긴다. 불필요하게 1시간 이상 끓일 필요가 없고, 닭 살이 퍽퍽해질 가능성도 줄어든다. 국물은 맑지만 밋밋하지 않고, 마늘 향은 나되 튀지 않는 균형을 유지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하면 국물의 질감이 달라진다. 감자 한 개를 큼직하게 썰어 함께 넣는 방식이다. 감자 전분이 국물에 소량 녹아들면서 탁해지지 않으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질감을 만든다. 곰탕처럼 뽀얗게 변하지 않으면서도 물처럼 가볍지 않은 중간 지점을 만들어준다. 감자는 닭과 함께 넣어도 되고, 닭이 어느 정도 익은 뒤 중간에 넣어도 된다.
이 레피로 요리하면 마늘 냄새가 너무 강해지지는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통마늘을 끓는 물에 바로 넣는 방식은 오히려 마늘 특유의 매운 향을 줄이고 단맛 위주의 향만 남긴다. 국물을 식혔다 다시 데워도 마늘 냄새가 과하게 남지 않는다. 냉장 보관 후 다음 날 먹어도 맛의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연말에 미리 끓여두는 용도로도 적합하다.

다진 마늘은 언제 쓰는 게 좋을까. 닭개장처럼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얼큰한 국물이나, 마늘탕처럼 진한 향이 필요한 요리에 더 어울린다. 맑고 담백한 닭곰탕과는 결이 다르다. 같은 닭 국물이라도 목표하는 맛의 방향에 따라 마늘 형태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닭곰탕 핵심은 재료가 아니라 순서다. 끓는 물에 통마늘부터 넣고, 그 다음 닭을 넣는 것. 이 간단한 차이만으로 잡내는 줄고, 국물은 또렷해진다. 여기에 감자 하나를 더하면 별다른 재료 없이도 집에서 완성도 높은 연말 보양식 한 그릇이 만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