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증시가 정부의 강력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코스피 4,000포인트 시대를 열며 전년 대비 75.6% 급등한 4,214.17포인트로 한 해를 마감했다. 연초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관세 우려로 한때 2,200선까지 위협받기도 했으나, 5월 이후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 유입과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맞물리며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코스피 시장의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이었다. 한국의 연간 상승률 76%는 G20 및 OECD 국가 중 단연 1위로, 2위를 기록한 칠레(57%)나 30위권에 머무른 미국(17%)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지난해 2,399포인트에서 올해 초반 2,293포인트까지 밀렸던 지수는 하반기 들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10월 27일 사상 최초로 4,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4,21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급등세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주주가치 제고 정책과 불공정거래 근절 등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가 투자 심리를 크게 개선한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별로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려 실적 개선이 뚜렷했던 기계·장비, 전기·전자 업종이 시장을 주도했다. 기계·장비 업종 지수는 전년 대비 133.7%, 전기·전자는 127.9% 폭등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조선, 방산, 원전 등 주력 산업의 호조세가 이들 업종의 강세를 뒷받침했다. 시가총액 역시 지수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3,000조 원 벽을 넘어섰다. 연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3,478조 원으로 전년 대비 1,515조 원, 비율로는 77.1%나 불어났다. 특히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포진한 전기·전자 업종의 시가총액은 683조 원에서 1,554조 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하며 시장의 몸집을 키웠다.
거래 규모도 질적으로 성장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16.9조 원으로 전년 10.7조 원 대비 57.1% 급증했다. 거래량 증가 폭인 6.4%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인데, 이는 주가가 높은 대형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 대형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2.7조 원에 달해 중소형주를 압도했다.
투자 주체별 움직임에서는 기관의 귀환이 눈에 띄었다. 기관 투자자는 18.2조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외국인은 연간 기준으로는 9조 원을 순매도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흐름이 다르다. 외국인은 5월부터 10월 사이 19.5조 원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는 데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했다. 이 기간 집중된 매수세 덕분에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전년 말 32.2%에서 36.2%로 확대됐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차익 실현에 나서며 19.7조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년 말 대비 36.5% 상승한 925포인트로 마감하며 900선에 안착했다. 연초에는 다소 부진했으나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과 AI(인공지능) 산업 확장에 따른 반도체 업황 호조가 투자 심리를 되살렸다.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48.7% 증가한 506조 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로봇, 바이오 관련주가 상승을 주도했으며 기계·장비 업종이 76.6%, 일반 서비스 업종이 68.8% 오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은 하반기로 갈수록 활기를 띠었다.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2.7조 원까지 치솟으며 전년 연간 평균치보다 51.2%나 늘어났다. 투자 주체별로는 코스피와 달리 개인 투자자가 9.1조 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떠받쳤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1조 원, 0.7조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공모 금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8개사가 상장해 2.3조 원을 조달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109개사가 2.5조 원을 모았다. 우량 강소기업 위주로 알짜 상장이 이루어지며 기업 수는 줄어도 공모 규모는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스팩(SPAC) 상장 수요가 줄어든 점도 기업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2025년 증시는 코스피 4,000, 시총 3,000조라는 외형적 성장과 함께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가 가시화된 한 해였다. 대외 변수에 휘청이던 연초의 우려를 딛고 G20 국가 중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증시가 다가올 2026년에도 이 같은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