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상을 떠난 원로배우가 '2025 MBC 연기대상'에서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돼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순재는 MBC 드라마 38편에 출연한 업적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다. 시상식에서는 고인이 MBC '허준'에서 스승 유의태를 맡았던 모습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준 장면 등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고인과 며느리로 호흡을 맞췄던 박해미는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던 이순재 선생님, 선생님의 며느리여서 정말 행복했다. 사랑합니다 아버님, 편히 쉬세요"라며 애도를 표했다.

공로상을 대신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고인의 소속사 에스지웨이엔터테인먼트 이승희 대표는 "영상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여러분도 그러셨지 않나"라며 말을 이었다. 이어 "선생님 가시는 길을 배웅해주신 배우 여러분들, 협회 관계자님들, 기관장님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승희 대표는 고인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KBS 2TV '개소리'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마지막 작품 때 선생님 두 눈이 안 보였고, 두 귀가 안 들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분들에게, 스태프분들에게 피해 줄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냥 그런 분이셨다"며 울먹였다. 객석의 후배 배우들도 이 모습을 보며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이 대표는 "그런 분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며 "여러분들 같이 해달라. '선생님, 사랑합니다' 이 말을 크게 외쳐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시상식장에 모인 배우들이 일제히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쳐 감동을 안겼다.
이순재는 1934년 11월 16일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한 뒤 60년 넘게 연극, 드라마, 영화 전 영역에서 활동한 원로 배우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 TV 드라마 초창기부터 활동하며 1세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은 '거침없이 하이킥', '이산', '선덕여왕', '지붕뚫고 하이킥' 등 수많은 MBC 작품에 출연했으며,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도 '국민 할아버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000년대 이후에는 '리갈하이', '도도솔솔라라솔', '옷소매 붉은 끝동', '어게인 마이 라이프',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에 출연했다.
영화로는 '대괴수 용가리', '영자의 전성시대', '음란서생', '굿모닝 프레지던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덕구', '로망', '미스터 주: 사라진 VIP' 등에 출연했고, 픽사 애니메이션 '업'에서 칼 프레드릭슨의 한국어 더빙을 맡기도 했다.
고인은 1977년 제1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받았으며, 2002년 보관문화훈장, 2018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지난해에는 '개소리'로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역대 최고령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순재는 지난달 25일 향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그가 대중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을 기리며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부문 최고 등급 훈장으로, 이순재는 2021년 윤여정, 2022년 이정재에 이어 세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