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BC 연기대상’이 서강준의 대상 수상과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의 7관왕이라는 화려한 기록 속에 막을 내린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한 작품의 ‘무관’이 뜻밖의 장면으로 남았다.

톱배우 캐스팅과 파격적 설정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시청률과 시상식 결과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평가다.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2025 MBC 연기대상’은 MC 김성주와 이선빈의 진행으로 치러졌다. ‘모텔 캘리포니아’, ‘언더커버 하이스쿨’, ‘바니와 오빠들’, ‘맹감독의 악플러’, ‘노무사 노무진’, ‘메리 킬즈 피플’, ‘달까지 가자’,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와 디즈니+ ‘카지노’ 등 올해 MBC에서 방송된 작품들을 총결산하는 자리였다.
올해 MBC 드라마 라인업은 ‘모텔 캘리포니아’(최고 6.0%), ‘언더커버 하이스쿨’(8.3%), ‘바니와 오빠들’(1.5%), ‘맹감독의 악플러’(1.6%), ‘노무사 노무진’(5.6%), ‘메리 킬즈 피플’(3.2%), ‘달까지 가자’(2.8%),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6.1%), 디즈니+ ‘카지노’(4.8%)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 가운데 최고 시청률 8.3%를 기록한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올해의 드라마상을 수상했고, 주연 서강준은 생애 첫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진기주는 최우수 연기상, 김신록은 조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4관왕을 완성했다.

서강준은 수상 소감에서 “기쁜 것 보다 당황스럽다. 너무 놀랍다”며 “내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끝맺는 그 날까지 대체되고 싶지 않다. 더 간절하게 연구하고 생각하며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제작진 역시 “시청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 덕분에 첫 주부터 마지막 회까지 화제성 1위를 단 한 번도 놓친 적 없다”며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다른 주인공은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였다. 이 작품은 여자 신인상(홍수주), 남자 신인상(이신영), 남자 조연상(김남희), 베스트 커플상(강태오-김세정), 베스트 캐릭터상(진구), 여자 최우수연기상(김세정), 남자 최우수연기상(강태오)까지 7관왕을 달성했다. 강태오는 “많은 스태프, 배우들과 화목한 현장 속에서 여행 온 것처럼 8개월간 국내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돌아봤고, 김세정은 “열심히 꿈꾸고 열심히 별을 눈에 담으며 예술을 사랑하고 싶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시상식이 성과를 기록하는 순간들로 채워진 것과 별개로, ‘메리 킬즈 피플’은 끝내 무대에서 이름을 찾기 어려웠다. 이보영의 활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 ‘무관’에 그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 작품은 캐나다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로, 말기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안락사를 돕는 의사와 이를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 코미디다. 국내 버전은 이보영과 이민기가 주연을 맡고, 박준우 감독과 이수아 작가가 의기투합하며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들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현실적 고민을 중심으로 ‘죽음의 주체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면서도 도발적으로 풀어내려 했다. 이보영이 연기한 우소정은 환자들에게 ‘죽음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며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설정됐고, 기존의 단정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연기 변신 또한 화제로 떠올랐다.
다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방송 3회 만에 시청률이 1%대로 떨어진 뒤 줄곧 1%대에 머물며 관심을 확장하지 못했고, 결국 1%대로 종영했다. 방송가에서는 하락세의 원인 중 하나로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거론한다. 과감한 전개와 강한 주제 의식이 차별화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시청 접근성을 제한해 대중적 파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족 단위 시청이 많은 금토 프라임 시간대에서 19금 드라마는 타깃층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2025 MBC 연기대상’이 ‘언더커버 하이스쿨’의 4관왕과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의 7관왕으로 정리되는 동안, ‘메리 킬즈 피플’은 시상식에서도 빈손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톱배우와 파격적 기획만으로는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드라마 명가’ MBC가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남긴 ‘무관’의 여운은, 다음 라인업이 넘어야 할 숙제를 또렷하게 남겼다.
이하 '2025 MBC 연기대상' 수상자 명단.
▲대상=서강준(언더커버 하이스쿨)
▲올해의 드라마상=언더커버 하이스쿨
▲남자 최우수연기상=송창의(친절한 선주씨), 강태오(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여자 최우수연기상=장신영(태양을 삼킨 여자), 진기주(언더커버 하이스쿨), 김세정(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베스트 액터상=정경호(노무사 노무진), 이세영(모텔 캘리포니아)
▲공로상=고(故) 이순재
▲베스트 캐릭터상=진구(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베스트 커플상=강태오, 김세정(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남자 우수연기상=오창석(태양을 삼킨 여자), 나인우(모텔 캘리포니아)
▲여자 우수연기상=윤아정(태양을 삼킨 여자), 이선빈(달까지 가자)
▲남자 조연상=김남희(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여자 조연상=김신록(언더커버 하이스쿨)
▲남자 신인상=이채민(바니와 오빠들), 이신영(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여자 신인상=조아람(달까지 가자), 홍수주(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