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양배추 샐러드를 만들면 식당에서 먹던 그 아삭한 식감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같은 양배추를 썰었을 뿐인데 물러지거나 풋내가 남고, 소스와 섞는 순간 숨이 죽어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몇 가지 과정만 지켜도 집에서도 충분히 아삭한 양배추 샐러드를 완성할 수 있다.
양배추의 식감을 좌우하는 첫 단계는 손질이다. 겉잎은 질기고 수분이 빠져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이 좋다. 안쪽으로 갈수록 조직이 부드럽고 수분이 살아 있어 샐러드에 적합하다. 심 부분은 단단해 씹는 맛을 해치기 쉬우므로 얇게 잘라내거나 최소한만 사용한다. 양배추는 씻기 전에 먼저 써는 것이 중요하다. 통째로 씻으면 겉에만 물이 닿고 안쪽에는 먼지가 남을 수 있다.
칼질도 식감에 영향을 준다. 결을 따라 두껍게 썰면 질기고, 너무 가늘면 금세 숨이 죽는다. 1~2밀리 정도의 가늘고 일정한 두께가 가장 이상적이다. 이때 칼을 세워 누르듯 썰기보다는 미끄러지듯 당겨 써는 것이 조직 손상을 줄인다. 칼날이 무디면 세포가 뭉개져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가므로 가능한 한 잘 드는 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삭함을 살리는 핵심 과정은 찬물 처리다. 썬 양배추를 얼음물이나 아주 찬 물에 10분 정도 담가두면 세포가 수분을 흡수하면서 단단해진다. 이 과정에서 풋내도 함께 빠진다. 단, 너무 오래 담가두면 영양소가 빠질 수 있으므로 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에서 건진 뒤에는 반드시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체에 밭쳐 자연스럽게 빼거나 키친타월로 눌러가며 제거하면 좋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소스와 만나자마자 식감이 무너진다.
양배추를 미리 절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소금을 뿌려 숨을 죽인 뒤 사용하는 방법은 무침에는 어울리지만 샐러드에는 적합하지 않다. 아삭한 샐러드를 원한다면 양배추 본연의 수분과 탄력을 살린 상태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단맛을 더하고 싶다면 소금 대신 설탕을 아주 소량 넣은 물에 잠시 담갔다가 헹궈내는 방법도 있다.
소스는 먹기 직전에 섞어야 한다. 미리 버무리면 산성 성분이나 염분 때문에 조직이 빠르게 무른다. 특히 마요네즈나 식초가 들어간 소스는 양배추와 만나는 순간부터 변화를 일으킨다. 샐러드는 접시에 담은 뒤 바로 소스를 끼얹고 가볍게 섞는 정도가 가장 좋다. 소스를 따로 곁들이는 방식도 식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온도 관리도 중요하다. 양배추는 차가울수록 아삭함이 살아난다. 손질과 물기 제거를 마친 뒤 냉장고에 10~20분 정도 넣어두면 식감이 한층 또렷해진다. 다만 냉동은 피해야 한다. 얼었다 녹은 양배추는 조직이 파괴돼 물컹해진다.
결국 아삭한 양배추 샐러드는 재료보다 과정에서 갈린다. 써는 두께, 찬물 처리, 물기 제거, 소스 타이밍 이 네 가지만 지켜도 집에서 만드는 샐러드의 완성도는 확연히 달라진다. 단순한 채소 한 접시처럼 보이지만, 작은 차이가 식당 같은 식감을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