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빵을 만들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불만은 식감이다. 갓 구웠을 때는 괜찮은데 하루만 지나도 퍽퍽해지고, 쫄깃함은 금세 사라진다. 이 문제를 단 3스푼의 '끓는 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탕종 반죽이다. 밀가루에 끓는 물을 소량 섞어 미리 풀처럼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제과점 식빵 특유의 촉촉함을 집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탕종의 원리는 간단하다. 밀가루 전분은 뜨거운 물과 만나면 미리 호화돼 수분을 강하게 붙잡는다. 이 상태로 본 반죽에 섞이면 굽는 과정에서도 수분이 쉽게 날아가지 않아 빵 속결이 오래 촉촉하게 유지된다. 전문가용 기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초보자에게 더 유리한 방식이다.
탕종 식빵 한 개 분량의 기본 구성은 단순하다. 탕종용으로 강력분 20g과 팔팔 끓는 물 30g을 준비한다. 이는 듬뿍 2숟가락의 밀가루와 3숟가락의 물 정도다. 작은 그릇에 밀가루를 넣고 끓는 물을 붓자마자 숟가락으로 빠르게 섞으면 떡처럼 뭉쳐진다. 이 상태로 랩을 씌워 식혀두면 준비가 끝난다. 이 과정이 빵을 며칠간 촉촉하게 유지하는 핵심이다.
본 반죽은 강력분 300g, 드라이이스트 4g, 설탕 30g, 소금 6g, 분유 10g(생략 가능), 미지근한 우유 160ml, 실온 계란 1개, 무염버터 25g으로 구성된다. 반죽을 시작할 때는 큰 볼에 밀가루를 담고 구멍을 세 개 파 이스트, 설탕, 소금을 각각 분리해 넣는 것이 좋다. 소금이 이스트에 직접 닿으면 발효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루 중앙에 우유와 계란, 식혀둔 탕종을 넣고 손으로 섞어 한 덩어리로 만든 뒤 버터를 넣어 본격적으로 치댄다. 손반죽 기준으로 15분 정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면 반죽 표면이 매끈해지고 탄력이 생긴다. 반죽이 손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며 부드럽게 늘어나면 적정 상태다.
1차 발효는 반죽을 둥글게 말아 볼에 담고 랩을 씌운 뒤 따뜻한 곳에서 진행한다. 보통 5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처음 크기의 두 배로 부풀어 오른다. 손가락에 밀가루를 묻혀 찔렀을 때 구멍이 그대로 유지되면 발효가 적당히 진행된 것이다.
이후 반죽을 3등분해 둥글게 만든 뒤 15분 정도 중간 휴지를 거친다. 밀대로 밀어 돌돌 말아 식빵 틀에 나란히 넣고, 틀 높이까지 다시 부풀 때까지 40~50분간 2차 발효를 한다. 175도로 예열한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서 약 25분간 구우면 완성된다.
탕종은 전분의 호화를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90도 이상, 즉 팔팔 끓는 물이 아니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정수기 온수나 미지근한 물로는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혹시나 반죽이 지나치게 끈적거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밀가루를 추가하면 오히려 빵이 딱딱해질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 치대면 전분과 글루텐이 정리되면서 자연스럽게 매끈해진다.
또한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할 경우에는 윗면 색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열이 직접 닿아 상단이 빨리 탈 수 있으므로, 중간에 색이 진해지면 알루미늄 호일을 덮는 것이 안전하다.
탕종 식빵은 특별한 재료 없이도 집에서 제과점 수준의 식감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밀가루에 끓는 물 3스푼을 더하는 이 작은 차이가, 빵의 완성도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처음 식빵을 도전하는 사람일수록 이 방법이 실패 확률을 낮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