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차가운 주사 바늘과 복잡한 의학 용어보다, 따뜻한 눈맞춤과 서툰 손짓으로 건네는 위로가 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두 예비 나이팅게일은 광주 월곡동의 한 작은 진료소에서 배우고 있었다.
남부대학교 간호학과 김서진, 박은재 학생. 이들의 땀과 진심이, 머나먼 땅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는 고려인 동포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며, 자랑스러운 봉사상으로 피어났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잡고, 마음을 듣다
고려인광주진료소의 문을 여는 어르신들에게, 병원이라는 공간은 여전히 낯설고 두렵다. 말이 통하지 않아 아픈 곳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고, 문화가 달라 선뜻 마음을 열기도 힘들다. 김서진, 박은재 학생이 한 일은, 단순한 진료 보조가 아니었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손녀’가 되어주는 일이었다. 서툰 러시아어로 인사를 건네고, 약 먹는 법을 그림으로 그려 설명하며, 이들은 의술이 미처 닿지 못하는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갔다.
#교과서에는 없었던 가장 큰 가르침
밤샘 공부와 빡빡한 실습 일정 속에서 봉사를 이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두 학생은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아픈 몸보다 외로움이 더 큰 병임을, 따뜻한 말 한마디가 최고의 처방전이 될 수 있음을, 교과서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었던 ‘사람을 향한 간호’의 의미를 온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김서진 학생은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간호사가 되겠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작은 선행이 모여 만드는 ‘건강한 공동체’
지난 27일, ‘고려인광주진료소 송년의 밤’ 행사장은 유난히 따뜻했다. 남부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남의대, 조선의대, 기독간호대 등 미래의 의료인들이 함께 상을 받으며, 이들의 작은 선행이 모여 지역의 의료 사각지대를 밝히는 커다란 등불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정숙 지도교수는 “학생들의 꾸준한 헌신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이 경험이, 기술만이 아닌 가슴으로 환자를 돌보는 진정한 간호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제자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새로운 꿈을 꾸게 한 약속
박은재 학생은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진료소에서의 하루하루는, 이들에게 간호사라는 꿈을 넘어, ‘어떤 간호사가 될 것인가’라는 더 깊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이들의 다짐처럼, 낯선 땅에서 기댈 곳 없던 고려인 동포들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 두 학생의 발걸음은,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아픔을 보듬는 희망의 발걸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