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2명 중 1명 “본사 갑질”…장사 접고 싶어도 '이것'에 발목 잡혔다

2025-12-30 16:08

공정위 '2025년 가맹 분야 실태조사' 발표
가맹점주 10곳 중 약 5곳 “본사 갑질 경험”

국내 가맹점주의 약 48%가 가맹본부로부터 불공정행위, 이른바 ‘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맹점주 10명 중 4명 이상은 매출 부진과 본부의 부당한 처우 등으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해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막대한 위약금 부담 탓에 영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AI 자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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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가맹 분야 서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맹본부로부터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한 가맹점주 비율은 47.8%로 집계됐다. 전년도(54.9%)와 비교하면 7.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21개 업종의 가맹본부 200곳과 가맹점 1만 2,0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맹점주들이 경험한 주요 불공정거래 유형으로는 매출액 등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제공하거나 은폐·축소하는 행위가 28.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광고비 등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15.9%), 필수품목 등 거래조건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14.8%), 부당한 계약조항 변경(11.4%) 순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가맹점주 비율은 71.1%, 가맹 분야 정책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가맹점주 비율은 78.7%로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 경험이 줄었음에도 거래 관행 개선 체감도와 정책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은, 자영업의 구조적 위기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가맹 업계 전반의 경영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된 가맹계약 중도해지 관련 실태조사는 자영업자들의 한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가맹점주의 42.5%가 계약 기간 만료 전 해지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주된 이유로는 매출 부진(74.5%)과 가맹본부의 불공정 거래 행위(31.3%)가 꼽혔다. 그럼에도 실제 해지를 실행하지 못한 가맹점주의 60.6%는 ‘과도한 위약금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한계에 몰린 점주들이 퇴로마저 막힌 채 운영을 이어가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맹 분야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점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편 가맹점주 단체 활동은 다소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다. 가맹점사업자 단체가 구성된 가맹본부 비율은 14.5%로 전년 대비 3.5%포인트 줄었고, 단체 가입 가맹점주 비율도 15.3%로 4.8%포인트 하락했다. 단체 가입 이후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가맹점주의 비율은 10.5%로 전년 대비 4%포인트 감소했다. 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했을 때 거절당한 비율은 61.6%였고, 거절 사유로는 ‘명확한 이유를 알리지 않음’(56.2%), ‘협의에 응할 이유가 없음’(31.9%) 등이 뒤를 이었다.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