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며 삶의 기반을 다지는 1인 가구에게 매달 부담하는 주거비는 가계 재정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최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전세 대신 월 비용을 내더라도 심리적 안정을 택하는 월세 선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수요 변화는 서울 지역 원룸 월세를 꾸준히 끌어올리는 배경이 되고 있으며, 전세보증금은 하락하는 반면 월세는 오르는 흐름이 실거래 데이터에서 확인됐다.

30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1월 계약이 체결된 서울 지역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72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2.7% 상승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원룸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 1,063만 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1.8% 하락했다. 월세는 오르고 전세 보증금은 내리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며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내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높고 업무 지구가 밀집한 자치구를 중심으로 임대료 수준이 높게 형성됐다. 자치구별 원룸 평균 월세는 강남구가 97만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서초구 90만 원, 용산구 86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영등포구와 광진구가 각각 79만 원, 금천구 78만 원, 강서구 75만 원, 중랑구 74만 원, 양천구 73만 원을 기록하며 서울 평균치인 72만 원을 웃돌았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총 9개 구가 평균 이상의 월세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특히 강남구는 서울에서 6개월 연속 원룸 평균 월세 1위 지역에 올랐다.
전세 시장에서도 특정 지역의 가격 집중 현상은 이어졌다. 서울 원룸 평균 전세 보증금은 서초구가 2억 6,062만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4개월 연속 원룸 전세 보증금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강남구 2억 5,402만 원, 성동구 2억 4,900만 원, 용산구 2억 4,161만 원 순으로 조사됐다. 광진구(2억 3,033만 원), 동작구(2억 2,996만 원), 영등포구(2억 1,729만 원), 중구(2억 1,547만 원), 마포구(2억 1,378만 원), 송파구(2억 1,244만 원) 등 총 10개 구의 전세 보증금이 서울 평균치보다 높게 형성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진단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나 다세대 주택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더 내더라도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주요 업무 지구 주변은 공급보다 수요가 꾸준히 우위에 있어 월세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며 "월세가 가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1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 거주 중인 직장인 A 씨는 "보증금을 낮추기 위해 월세 70만 원을 선택했는데, 관리비와 생활비를 모두 합하면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며 "주거비가 고정적으로 많이 지출되다 보니 생활 방식을 최대한 검소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인근에서 자취방을 구하고 있는 대학생 B 씨 또한 "통학 거리를 고려해 학교 근처를 알아보고 있지만, 평균적인 월세 수준이 예상보다 높아 당황스럽다"며 "비슷한 조건이라도 월세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기 위해 발품을 더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석은 보증금 1억 원 미만의 월세와 전체 전세 거래를 토대로 시장 흐름을 면밀히 짚었다. 전세 불안과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월세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요 지역의 임대료를 떠받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1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지원과 함께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