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파격 인사가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후보자를 덥석 수락한 이 후보자의 행태를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연일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29일 자당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관 후보자 지명을 수락한 이 후보자를 향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원외당원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이 후보자를 "정치적 보상에 눈이 멀어 이 정권 부역자를 자처한 인물"로 묘사하며 "은전 30냥에 예수를 판 유다처럼 혹독한 역사적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장관직 수락 후에도 국민의힘 당무를 수행한 정치적 이중성은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저버린 처사"라며 이 후보자의 수락 행위 자체가 당의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응은 더욱 격앙됐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의 수락을 두고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도 탐나더냐'는 문장이 생각난다"며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에 빗대어 비판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당장 입신양명에 눈이 멀어 이제껏 지지해준 국민과 당을 배신하는 부역 행위"라고 못 박으며 이 후보자의 장관직 수락을 명백한 해당 행위로 못 박았다.
국민의힘은 지명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를 즉각 제명하고, 이 후보자가 당직자로서 행한 최근의 당무 행위를 일체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같은 이혜훈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6선 중진 조경태 의원의 해양수산부 장관 발탁설이 급속도로 확산하며 여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후임 해수부 장관은 부산 지역 인재로 구하려 한다"고 언급하면서 부산 사하을이 지역구인 조 의원이 유력 후보로 부상한 상태다. 조 의원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사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윤석열 씨'라 부르며 탄핵에 앞장섰던 인물로, 보수 진영 내에서 가장 선명한 반윤(反尹) 행보를 보여왔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의 수락에 이어 조 의원의 입각설까지 현실화할 경우 국민의힘에 미칠 충격파는 '보수 궤멸'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의 자산인 중진들이 줄줄이 야권 정부의 내각으로 향하는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이탈을 넘어 당의 정체성과 결속력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터져 나온 보수 인사의 '연쇄 수락' 가능성은 국민의힘 내부 리더십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29일 YTN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이런 배신적 행위를 정치에 이용하는 이재명 정권의 교활함에 놀랐다"면서도 "지금 해수부 장관 자리에 또 다른 우리 당 의원을 데려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은 진영을 분열하려는 더러운 정치의 모습"이라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조 의원마저 이 후보자의 전철을 밟아 장관 후보자를 수락할 경우 국민의힘은 인적·정치적 손실과 함께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