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0원에 '와이파이 감옥' 탈출… LG가 찾아낸 뜻밖의 물건

2025-12-29 16:57

AI가 전파 경로를 스스로 찾는다, LG유플러스의 6G 핵심기술

LG유플러스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홍원빈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커버리지 확장을 위한 핵심 기술 분산형 지능형 표면(RIS) 검증에 성공했다. 이번 실증은 별도의 전원 연결 없이도 전파를 정교하게 반사하거나 투과시켜 통신 음영 지역을 해소하는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으며,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최적의 전파 경로를 찾아내는 방식을 도입해 기존 기술의 설치상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원들이 액자 형태의 분산형 RIS에 전파를 발사하고 통신품질을 측정하는 모습 / LG U+ 뉴스룸
연구원들이 액자 형태의 분산형 RIS에 전파를 발사하고 통신품질을 측정하는 모습 / LG U+ 뉴스룸

이동통신 기술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주파수 대역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6G 후보 주파수 대역으로 거론되는 어퍼 미드밴드(Upper Mid-band)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넓은 대역폭을 자랑하지만, 주파수 특성상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을 만났을 때 회절하거나 투과하는 성질이 약하다. 건물 외벽이나 유리창, 내부의 복잡한 구조물에 부딪히면 전파 손실이 발생해 실내 구석구석까지 신호가 닿지 않는 ‘데드 스팟’이 생기기 쉽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RIS다. 지능형 거울처럼 전파를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해 신호를 전달하는 이 기술은 6G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기존의 RIS 기술은 전파를 정확하게 반사하기 위해 패널의 설치 각도와 위치를 정교하게 맞춰야 한다는 까다로운 제약이 있었다. 설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LG유플러스와 홍원빈 교수팀이 개발한 ‘분산형 RIS’는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소프트웨어적 접근으로 풀어냈다. 액자나 벽지, 간판 등 일상적인 실내 소품 형태의 RIS 패널을 곳곳에 분산 설치하고, 이를 AI 알고리즘으로 제어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팀은 강화 학습 기반의 AI를 도입해 기지국의 위치와 실내외 구조,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 등 복잡한 변수를 분석했다. AI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산된 RIS 패널들이 어떻게 작동해야 전파가 끊김 없이 흐를 수 있는지 계산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냈다.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각도를 맞추는 대신, 지능형 전파 제어 인프라가 스스로 통신 환경을 최적화하는 셈이다. 검증 결과 전파 도달 경로에 장애물이 있는 비가시거리(NLoS) 환경에서도 신호 손실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커버리지가 확장되는 효과가 입증됐다.

연구원들이 액자 형태의 분산형 RIS에 전파를 발사하고 통신품질을 측정하는 모습 / LG U+ 뉴스룸
연구원들이 액자 형태의 분산형 RIS에 전파를 발사하고 통신품질을 측정하는 모습 / LG U+ 뉴스룸

이번 기술의 또 다른 강점은 범용성과 경제성이다. 6G 네트워크를 겨냥해 개발됐지만 현재 상용화된 5G나 와이파이 환경에서도 즉시 적용이 가능하다. 전력을 쓰지 않는 무전력 소자를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전원 공사가 필요 없고 유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전파 감쇠가 심한 고주파수 대역일수록 기지국을 촘촘하게 세워야 하는데, 저비용의 RIS 패널을 활용하면 기지국 증설 비용을 아끼면서도 통신 품질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통신 환경의 질적 변화가 예상된다. 전파 차단이 빈번한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는 생산 로봇과 관제 시스템 간의 지연 없는 연결을 보장할 수 있다. 지하철 역사나 터널 같은 공공 인프라,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에서도 음영 지역 없는 균일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통신 속도 향상을 넘어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서나 고품질 네트워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홍원빈 포스텍 교수는 이번 성과에 대해 전파 스킨을 지능적으로 배치해 무선 환경을 제어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렬된 설치를 강요받던 기존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 건물 내외 어디든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상헌 LG유플러스 네트워크 선행 개발 담당 역시 기술적 한계를 넘어선 넓은 커버리지 제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다가올 6G 시대에 최적화된 통신 환경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