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1년, 무안공항에 드리운 '위법'의 그림자

2025-12-29 16:04

사고 원인 지목된 안전시설, 법규 위반 설치 사실 드러나~정부 책임론 '들불'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참혹했던 여객기 사고로 무안국제공항의 심장이 멎은 지 1년, 서남권 200만 주민의 하늘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다. 이런 가운데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공항 내 안전시설이 애초에 관련 법규를 위반해 설치된 '위법 시설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단순한 사고를 넘어,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공항 정상화를 둘러싼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안전시설'이 '살인 흉기'로…드러난 총체적 부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는 지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사고 당시 여객기가 충돌하며 피해를 키웠던 '방위각제공시설(로컬라이저)'이 항공기 충돌 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시공됐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사고 조사와 후속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어서 파장이 거세다. 사고 직후부터 안전시설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해 온 무안군의회와 지역민들은 "안전을 담보해야 할 시설이 오히려 참사를 키운 흉기가 됐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약속도 희망도 없다…끝없는 임시 폐쇄에 경제 '고사 위기'

정부에 대한 불신은 비단 사고 원인 규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고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종단안전구역 연장, 방위각제공시설 개선 등 기본적인 안전 강화 조치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무안공항을 포함한 전국 7개 공항의 시설 개선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의 조치가 가장 늦어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명확한 정상화 계획 없이 3개월 단위의 임시 폐쇄 조치만 반복되면서 공항 주변 상권과 지역 관광·물류 산업은 회복 불능의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로드맵을 보여달라"…생존권 위협받는 주민들의 절규

무안군의회는 "정부가 구체적인 정상화 로드맵 제시 없이 시간만 끌며 지역민의 혼란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항의 장기 폐쇄는 단순히 하늘길이 막히는 불편을 넘어, 공항 관련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지역 경제의 동맥을 끊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군의회는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닌, 공항의 근본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고 지역 경제를 회생시킬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사고 공항' 오명 벗고 '안전 허브'로 거듭나야

결국 무안공항 정상화의 열쇠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신뢰 회복에 달려있다. 군의회는 정부를 향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맞는 안전시설 즉각 설치 ▲종단안전구역 확보 등 안전성 강화 방안 신속 추진 ▲구체적인 재개항 로드맵과 지역경제 회복 대책 제시 등을 촉구했다. 이호성 의장은 "무안국제공항이 더 이상 비극의 상징이 아닌, 누구나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공항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년간의 기다림에 지친 지역민들의 분노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