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코를 찌르는 건 묵은 음식 냄새와 눌어붙은 기름때다. 물로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고, 세제를 쓰자니 음식이 닿는 공간이라 찝찝하다.
이럴 때 '나만의 세제'를 만들어 섞어 닦으면 말끔해진다는 살림 팁이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 단순한 민간요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분명한 원리가 숨어 있다.
전자레인지 안의 오염 물질은 대부분 음식물 찌꺼기와 기름 성분이다. 특히 데우는 과정에서 튄 기름이 열을 받아 산화되면 끈적한 막을 형성한다. 이 막은 물에는 잘 녹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진다. 식초가 여기서 역할을 한다.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은 약한 산성으로, 기름때를 구성하는 지방 성분과 결합해 구조를 느슨하게 만든다. 딱딱하게 굳은 오염층이 부드러워지면서 닦아낼 수 있는 상태로 변하는 것이다.

소금은 보조 역할을 한다. 소금 알갱이는 미세한 마찰을 만들어 물리적인 세정 효과를 낸다. 스펀지처럼 표면을 긁어내지는 않지만, 기름때가 풀린 상태에서는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소금의 흡착 성질이 더해지면서 냄새 분자까지 함께 잡아준다. 그래서 닦고 나면 기름 자국뿐 아니라 음식 냄새도 함께 줄어든다.
이 조합이 효과적인 이유는 화학과 물리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식초가 오염을 풀고, 소금이 떼어내며, 키친 타월이나 얇은 행주가 흡수까지 담당한다. 세제를 쓰지 않아도 깨끗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율도 중요하다. 식초를 너무 많이 쓰면 냄새가 강하게 남고, 소금을 많이 넣으면 행주에 뭉쳐 고르게 닦이지 않는다. 일반적인 기준은 식초 2에 소금 1 정도다. 작은 컵 기준으로 식초 두 큰술에 소금 한 큰술 정도면 충분하다. 소금은 완전히 녹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약간 알갱이가 남아 있어야 닦을 때 도움이 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지만 순서를 지키는 것이 좋다. 먼저 전자레인지 안에 묻은 큰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한다. 그다음 식초와 소금을 섞은 용액을 키친 타월이나 얇은 행주에 적신다. 너무 흥건하지 않게 짜서 내부 벽면과 천장, 바닥을 닦아준다. 기름때가 심한 부분은 잠시 올려두었다가 닦으면 훨씬 수월하다.

주의할 점도 있다. 금속 수세미나 거친 천과 함께 사용하면 전자레인지 내부 코팅이 손상될 수 있다. 반드시 부드러운 재질을 써야 한다. 또한 식초 냄새에 민감하다면 마무리로 물에 적신 행주로 한 번 더 닦아주는 것이 좋다. 소금이 남아 있으면 건조 후 하얗게 얼룩이 생길 수 있으니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전자레인지 청소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가열 직후 바로 닦는 것이다. 내부가 뜨거운 상태에서 식초 용액을 사용하면 냄새가 더 강하게 퍼질 수 있다. 전원을 끄고 약간 식힌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전자레인지 바닥에 있는 회전판은 분리해 따로 세척하는 편이 위생적이다.
식초와 소금은 어디에나 있지만, 제대로 쓰면 살림의 부담을 확 줄여준다. 강한 세제를 쓰지 않아도 되고, 음식이 닿는 공간이라는 불안도 덜 수 있다. 전자레인지가 지저분해질수록 청소는 더 미뤄지기 마련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가장 눈에 띄는 효과를 보고 싶다면, 식초와 소금부터 꺼내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생활은 작은 습관 하나로 훨씬 가벼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