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갈 병원 없는 농어촌”~이개호 의원, 의료 붕괴 막을 ‘돈맥경화’ 뚫는다

2025-12-29 13:47

보건소 짓는 돈 받아놓고 못 쓰는 현실…예산 집행률 30~40%대 ‘쇼크’
지자체 쌈짓돈 아닌 ‘국가 책임 예산’으로…법적 칸막이 없앤다
“의료 공백은 곧 지방 소멸”…응급실·의료진 확보에 숨통 트일 듯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가 날로 심화하며 농어촌 지역이 ‘의료 사막화’ 위기에 처한 가운데, 꽉 막힌 예산 흐름을 뚫어 필수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려는 입법 시도가 이뤄져 주목된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29일, 농어촌 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이른바 ‘민생의료 살리기 패키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후순위로 밀리던 의료 예산을 국가가 직접 챙길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골자다.

■ 돈 있어도 못 짓는 시골 보건소…구조적 모순 해결 나선다

정부는 도농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매년 농어촌 의료서비스 개선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보건기관 시설 개선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40.6%, 신·증축 사업은 34.3%에 머물렀다. 예산의 절반 이상이 잠자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의 주원인으로는 현행 예산 배정 방식이 꼽힌다. 관련 예산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중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지역자율계정’에 묶여 있다 보니, 도로 건설이나 당장 급한 다른 현안 사업에 밀려 의료 인프라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예산의 병목 현상’이 발생해왔다.

■ ‘자율’에서 ‘지원’으로…중앙정부 책임 강화가 해법

이 의원이 발의한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법」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이러한 예산 구조를 뜯어고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의료 인프라 예산의 ‘칸막이’를 없애고 그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개정안은 예산 전출 범위를 기존의 ‘지역자율계정’에서 특별회계 전체로 확대했다. 특히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목적을 정해 직접 내려보내는 ‘지역지원계정’의 세출 항목에 ▲응급의료체계 구축 ▲지역 의료인력 및 기관 육성 등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

법안이 통과되면 농어촌 보건소 현대화나 응급실 확충 같은 필수 의료 사업이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나 우선순위 다툼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 주도로 안정적인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사는 곳이 생명권 결정해선 안 돼”…균형 발전의 마지노선

이개호 의원은 이번 입법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지방 생존’과 직결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아픈데 갈 병원이 없다는 공포는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며 “의료 공백이 곧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첩첩산중 농어촌에 살더라도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이번 개정안 발의에는 김정호, 문금주 등 14명의 의원이 공동 참여하며 무너진 지방 의료 체계 복원에 힘을 보탰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