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인공태양의 심장, 나주가 뛴다”~1.2조 국책사업 ‘속도전’

2025-12-29 13:34

2026년 예타 통과 ‘올인’…산·학·연 클러스터로 에너지 지도 바꾼다
나주 에너지국가산단에 둥지…전력·용수·접근성 ‘3박자’ 갖춰
“단순 연구소 넘어 도시 체질 개선”…일자리 1만 개·고급 인력 2천 명 유입 기대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미래 에너지의 ‘성배’로 불리는 인공태양(핵융합) 연구 시설을 품에 안은 전남 나주시가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1조 2천억 원 규모의 매머드급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응부터 시민 소통까지 전방위적인 후속 조치에 시동을 걸었다.

나주시가 12월 16일 나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설명회’를 개최했다.
나주시가 12월 16일 나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설명회’를 개최했다.

나주시는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 사업의 최종 부지로 선정된 이후, 2026년 연내 예타 통과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 왜 나주인가?…‘준비된 땅’이 낙점받았다

이번 사업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안보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미래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다. 2027년부터 2036년까지 10년간 진행되며, 핵심 기술 연구와 실증 단지 구축이 주된 내용이다.

나주시가 제시한 부지는 나주에너지국가산업단지 일부와 인근 지역이다. 정부가 요구한 까다로운 입지 조건(2028년 상반기 부지 제공, 250MVA급 전력선, 4차선 진입로 등)을 완벽히 충족했다는 평가다.

나주시가 12월 16일 나주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환영 행사를 개최했다.
나주시가 12월 16일 나주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환영 행사를 개최했다.

이미 조성 중인 에너지국가산단의 기반 시설을 공유할 수 있어 ‘속도전’에 유리하고, 인근 왕곡변전소와 산단 배수지를 통해 대규모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향후 시설 확장에 대비한 유휴 부지까지 확보해 ‘확장성’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연구소 하나가 도시를 바꾼다…‘에너지 수도’ 완성 퍼즐

나주시는 이번 유치를 단순한 연구 시설 건립을 넘어, 도시의 산업 지형도를 바꾸는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핵심 전략은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이다. 사업 부지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 공공기관과 세계적인 에너지 특화 대학인 한국에너지공대(KENTECH)를 잇는 삼각 편대를 완성한다. 이를 통해 연구 결과가 즉시 산업 현장에 적용되고, 다시 교육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조감도(안)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조감도(안)

고급 두뇌 유치를 위한 정주 여건 개선도 병행한다. ‘핵융합 영 사이언티스트’ 양성 프로그램과 에너지 영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연구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복합 생활 공간을 조성해 나주를 ‘글로벌 에너지 과학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

■ “시민과 함께 간다”…투명한 소통으로 수용성 확보

거대 시설이 들어서는 만큼 주민 수용성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시는 전담 조직을 꾸려 예타 대응에 나서는 한편, 사업 대상지 주민과 권역별 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계획에 반영해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이번 사업은 나주에 약 2천 명의 석·박사급 전문 인력과 300여 개의 관련 기업을 불러들여 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나주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에너지 거점으로 도약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2026년 예타 통과라는 1차 관문을 향해 신발 끈을 조여 맨 나주시의 행보에 지역민뿐만 아니라 과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