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보수 이력을 뒤로하고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탈영병의 목을 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라며 보수 진영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들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 전 의원은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결국 강을 건넜다. 우리는 그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거국내각은 보통 정권 말기의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이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면 보수 진영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 왔고 이제 더 이상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며 "보수는 닫혀가고 더불어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어제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 전 의원을 즉각 제명했다. 당내에서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 '일제 부역과 다름없다'는 격한 비난까지 쏟아졌다"며 "탈영병의 목을 치고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라고 했다.
이어 "정작 중요한 것은 보수 진영이 내놓는 경제 비전이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매력적이냐는 점"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 3년을 겪는 동안 많은 이들이 고민했다. '저 사람을 당선시켜서 대한민국이 나아졌는가', '내 삶이 나아졌는가'"라며 "보수 세력이 극우 노선을 걸으며 집권해도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니 결국 사람들은 등을 돌렸다. 누군가 등을 돌렸다면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살펴야지, 떠난 사람을 저주해서 무엇을 얻겠나"라고 했다.
그는 "보수 진영의 또 다른 문제는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가 정치 전면에 부상해 지지층이 변하고 있는데도 기득권층은 여전히 1970년대의 언어로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평생 쌓아온 것을 내던진 채 화전민처럼 떠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께 말씀드린다. 이번만큼은 자신의 소신대로 예산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해 보라고 주문하고 싶다"며 "대통령이 그 소신을 받아들일 배포가 있느냐에 따라 이 후보자의 이번 선택이 옳았는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그 외에는 이 논란을 잠재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선심성 낭비재정을 막아내고, 자신의 역량을 직접 증명해 보라"며 "반대로 대통령에게 아부하거나 그 정권에 부역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제가 아무리 개인적으로 가까워도 정치인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때는 저도 이 후보자를 향해 가차 없는 비판을 퍼부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제명과 당직자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은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무위원 내정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실시하는 등 당무 행위를 지속함으로써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태로 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당무 운영을 고의로 방해했다"고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의 협잡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국무위원직을 정치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이재명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강력히 규탄한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당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당원과 국민에 대한 책임을 훼손하는 행위가 발생할 시 당헌·당규에 따라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