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1주기…이재명 대통령이 고개 숙이며 한 말

2025-12-29 10:48

이재명 대통령, 영상 추모사 통해 희생자 애도하고 대통령으로서 깊이 사과

이재명 대통령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사죄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영상 추모사를 통해 고개 숙인 이재명 대통령 / 유튜브 '이재명'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영상 추모사를 통해 고개 숙인 이재명 대통령 / 유튜브 '이재명'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 1주기 공식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추모식엔 유가족과 사고수습 참여자 등 1200여 명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광주·전남 전역에서는 이날 오전 9시 3분부터 1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렸다. 희생자를 기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체의 책임을 기억하자는 의미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추모사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말로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해외여행을 마치고, 해외에서의 출장과 업무를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던 179분의 소중한 삶이 순식간에 비극으로 변했다"며 "그날의 그 큰 충격과 고통을 감히 누가 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실질적 변화를 약속했다. 그는 "이제는 형식적 약속이나 공허한 말이 아닌 실질적 변화와 행동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고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영상 추모사를 통해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 이재명 대통령 / 유튜브 '이재명'
영상 추모사를 통해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 이재명 대통령 / 유튜브 '이재명'

유가족 지원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족의 일상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심리, 의료, 법률, 생계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지원을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12·29 여객기 참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면서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희생자를 기리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져야 할 곳이 분명히 책임을 지는, 작은 위험일지라도 방치하거나 지나치지 않는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식은 '기억하라 12·29, 막을 수 있었다. 살릴 수 있었다. 밝힐 수 있다'를 슬로건으로 오전 10시부터 진행됐다. 추모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우원식 국회의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 국회의원들,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추모식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 후 영정 앞에 헌화했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비롯한 국회 측 참석자들이 헌화하기 위해 국화를 들고 있다. / 뉴스1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비롯한 국회 측 참석자들이 헌화하기 위해 국화를 들고 있다. / 뉴스1

김유진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발언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참사들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참사 전 경고들이 존재했고, 국가의 부재, 수습에만 급급했던 대응, 말단 실무자 선에서 멈춘 책임, 명확하지 않은 진실과 형식적인 재발방지 대책 역시 너무나 닮아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난 1년간 사과는 0건, 자료공개도 0건, 책임자 구속 0건 등 조사는 멈춰서 있다. 179명의 희생 참사에 대해 국가는 단 한번도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수많은 유언비어와 2차 가해로부터 보호, 항철위의 독립성 보장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주항공 참사의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이같은 비극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는 제주항공 참사 국정조사에 착수했다. 국회의 진상조사에 필요한 자료가 빠짐없이 제출되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에 요구한다"며 "국회는 피해자의 권리를 기억하며 자료 제출이 회피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의 책임과 권한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추모식에서는 '별이 된 이름들, 우리가 기억하겠습니다' 주제 영상이 상영됐다. 태국공항에서 무안공항으로의 여정을 담은 '집으로 오는 길' 추모 공연에서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일일이 호명됐으며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식은 가수 이은미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사고 발생 지점인 활주로 로컬라이저 방위각 시설을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할 예정이다.

유튜브, 이재명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