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유럽을 다 제치고 '살기 비싼 곳 1위'로 선정된 곳이 있다. 중국, 일본도 아니다.

지난 22일 영국의 문화·라이프스타일 매체 타임아웃(Time Out)이 전 세계 100개 이상 도시에서 거주하는 1만 8000명 이상의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임대료나 식료품비는 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으며, 외식, 커피, 문화 활동을 비롯해 영화, 미술 전시, 연극 등 도시 생활에서 흔히 이뤄지는 일상적인 활동들의 체감 비용을 기준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 현지인들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서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 응답자 중 외식 비용이 적정하다고 답한 비율은 30%에 그쳤으며, 공연 감상과 같은 밤 문화생활 비용이 부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7%, 술값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단 21%에 불과했다.

이에 타임아웃은 “서울은 문화와 밤문화가 매우 활발한 도시지만 그만큼 외식과 음주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라며 “도시의 매력과 체감 물가 사이의 간극이 뚜렷하게 나타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수도 런던은 저렴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아 문화 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술값 등 밤문화 비용이 크다는 응답이 많았다. 런던은 이번 순위에서 13위를 기록했다.
터키 이스탄불은 2위, 노르웨이 오슬로는 3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는 외식비 부담이 가장 큰 도시로 꼽혔으며, 외식이 저렴하다고 답한 주민은 24% 미만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 역시 음식과 엔터테인먼트 가격 부담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가장 저렴한 도시로는 콜롬비아의 두 도시인 메데인과 보고타가 선정됐다. 메데인 거주 응답자의 83%는 술값이, 그리고 94%는 커피값이 저렴하다고 답했다.
중국의 두 대도시도 저렴한 도시 목록에 포함됐다. 베이징 거주 응답자 중 73%, 상하이 거주 응답자 중 72%는 공연 관람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 도시 중에서는 유일하게 뉴올리언스가 저렴한 도시 순위에 올랐다. 응답자 중 72%가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일, 83%가 바에서 음악을 즐기는 일이 저렴하다고 답했다.

최근 1년 사이 서울의 외식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느끼는 지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고, 퇴근 후 친구들과 가볍게 술 한 잔을 나누는 일상적인 활동 전반에 필요한 비용이 상당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김밥, 칼국수, 김치찌개 백반 등의 가격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 소비자 선호 외식 메뉴 8개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대비 3∼5%대 상승했다.
그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한 메뉴는 김밥이다. 간단한 한 끼 식사나 분식으로 부담 없이 찾던 김밥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3500원에서 올해 11월 3700원으로 1년 새 5.7% 올랐다.
이어 가볍게 즐기기 좋은 메뉴인 칼국수 역시 지난해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 상승하며 평균 가격 1만 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대표적인 점심 메뉴인 김치찌개 백반 또한 8192원에서 8577원으로 4.7% 오르며 상승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냉면(4.2%), 삼겹살(200g 기준·3.9%), 비빔밥(3.4%), 자장면(3.1%) 등 주요 외식 메뉴 가격도 일제히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