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은 새로운 방식의 돼지고기가 주목 받고 있다.
삼겹살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익숙한 고기다. 불판 위에 올려 굽고, 기름이 떨어지면 불꽃이 치솟고, 잘 익은 고기를 쌈에 싸 먹는 장면은 너무도 당연하게 반복돼 왔다. 그런데 최근 이 익숙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단어가 등장했다. 바로 천겹살이다.
최근 배우 현빈이 한 방송에서 이영자로부터 선물 받아 아내인 손예진에게 전달한 것도 천겹살이다. 손예진은 "맛있게 잘 먹었다"며 SNS에 인증까지 했다.

이름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삼겹이 아니라 천겹이라니, 과장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이 고기는 기존 삼겹살과 전혀 다른 구조와 식감을 가진다.
천겹살은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여러 겹 겹쳐 만든 고기다. 지방과 살코기가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층층이 쌓아 올린 뒤 하나의 덩어리처럼 성형한다. 이 과정에서 고기의 단면은 삼겹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촘촘해진다. 겉으로 보면 마치 종이를 수십 장 겹쳐놓은 듯한 결이 보이고, 익히면 그 결이 다시 부풀어 오른다. 이 때문에 씹을 때의 식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큰 차별점은 조리 방식이다. 삼겹살은 굽는 고기지만, 천겹살은 볶는 고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불판에 올려놓고 가만히 두는 대신, 프라이팬이나 철판에서 계속 뒤집고 풀어가며 익힌다. 겹겹이 쌓인 고기가 열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풀어지면서 얇은 고기 조각처럼 변한다. 이때 지방이 빠르게 녹아 나오며 고기 전체를 감싸고, 별다른 양념 없이도 고소한 향이 강하게 퍼진다.

볶는 과정에서 천겹살의 진가가 드러난다. 일반 삼겹살은 굽는 동안 지방이 빠져나가면 살코기가 단단해지기 쉽다. 반면 천겹살은 지방이 여러 층에 분산돼 있어 열을 받아도 한쪽으로 몰리지 않는다. 그 결과 마지막까지 촉촉함이 유지된다. 불 앞에서 오래 볶아도 질겨지지 않고, 오히려 겹 사이로 스며든 기름 덕분에 부드러움이 살아난다.
이 고기는 조합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김치, 숙주, 부추처럼 수분이 있는 재료와 함께 볶아도 맛이 흐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기에서 나온 지방이 채소를 감싸며 전체 맛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천겹살은 쌈용 고기라기보다는 요리용 고기에 가깝다. 집에서 간단한 볶음 요리를 할 때도 활용도가 높고, 불 조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실패할 확률이 낮다.
소비자들이 천겹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새롭기 때문만은 아니다. 집에서 고기를 구울 때 가장 불편한 요소인 기름 튐과 연기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팬에서 볶는 방식은 기름이 사방으로 튀는 상황을 최소화한다. 덕분에 환기가 어려운 겨울철이나 1인 가구의 주방에서도 부담 없이 고기를 즐길 수 있다.

천겹살은 고기 문화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예전처럼 많은 양을 빠르게 굽는 방식보다는, 적당한 양을 다양한 재료와 함께 조리해 먹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천겹살은 이 흐름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한 가지 고기지만 볶음, 덮밥, 비빔 요리까지 확장성이 넓다. 삼겹살이 하나의 메뉴였다면, 천겹살은 여러 요리의 재료가 된다.
이름은 과장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겹겹이 쌓인 구조 덕분에 씹을수록 다른 식감이 이어지고, 고기의 풍미도 단조롭지 않다. 굽는 고기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볶는 고기라는 발상의 전환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천겹살은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삼겹살 이후를 상상하게 만드는 고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