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요리를 하다 보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냄비 바닥을 시커멓게 태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점성이 있는 양념 조림이나 점도가 높은 죽 요리를 할 때 냄비 바닥이 눌어붙으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평소 아끼던 스테인리스 냄비나 고가의 코팅 냄비가 타버리면 당황한 마음에 철수세미부터 집어 들게 되지만, 이는 오히려 냄비 표면에 미세한 스크래치를 내어 수명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이다. 이때 냉장고 구석에 방치된 김 빠진 콜라 하나만 있으면 힘들이지 않고 탄 자국을 말끔히 제거할 수 있다.
왜 콜라가 탄 자국을 지워줄까?
콜라가 눌어붙은 탄 자국을 제거하는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고 과학적이다. 콜라에는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 외에도 인산과 구연산 같은 산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성분들은 단백질이나 지방 성분이 타서 딱딱하게 굳은 유기물 결합을 약화시키고 금속 표면의 산화물을 녹여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콜라의 산성도는 약 pH 2.5에서 3.0 사이로 상당히 강한 편이다.
이 강한 산성이 냄비 바닥에 고착된 탄 찌꺼기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표면에서 분리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준다. 철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는 물리적인 힘 대신 화학적 분해를 통해 냄비 손상을 최소화하는 원리다.
실패 없는 콜라 세척법 3단계
단순히 콜라를 붓는 것보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순서가 있다. 먼저 탄 자국이 충분히 잠길 정도로 콜라를 넉넉히 붓는다. 탄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실온에서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김이 빠진 콜라도 성분은 그대로이므로 청소용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시간이 없거나 탄 자국이 심하게 딱딱해진 경우에는 콜라를 넣은 상태로 불에 올린다. 콜라가 끓기 시작하면 산성 성분의 활동이 더 활발해진다. 약불에서 10분에서 15분 정도 끓여주면 탄 자국이 조각나며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주걱으로 바닥을 살살 긁어주면 분리가 더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콜라가 식은 뒤 내용물을 버리고 부드러운 스펀지나 수세미로 닦아낸다.
이미 산성 성분에 의해 결합이 느슨해진 상태이므로 가벼운 힘만으로도 시커먼 자국이 씻겨 내려간다. 이후 주방세제로 가볍게 설거지하면 새것 같은 광택이 돌아온다.
콜라 청소 시 주의할 점

콜라를 활용한 세척법은 스테인리스 냄비에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알루미늄 소재의 냄비는 주의가 필요하다. 알루미늄은 산성에 취약하여 너무 오래 끓이거나 방치할 경우 표면이 부식되거나 검게 변색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소재를 미리 확인하고 알루미늄 냄비라면 콜라 대신 베이킹소다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콜라를 끓일 때 단당류 성분이 눌어붙지 않도록 불 조절에 유의해야 하며 작업이 끝난 뒤에는 당분 성분이 남지 않도록 깨끗이 헹궈야 개미 등 벌레를 방지할 수 있다.
버려지는 김 빠진 콜라의 또 다른 활용처
탄 냄비 세척 외에도 콜라는 주방 곳곳에서 훌륭한 세정제 역할을 수행한다. 가스레인지 기름때 제거를 위해 기름진 음식을 조절한 뒤 가스레인지 주변에 콜라를 묻혀 닦으면 콜라 속 구연산 성분이 기름기를 효과적으로 분해한다. 욕실이나 주방 수전에 낀 하얀 물때에는 콜라를 적신 키친타월을 감싸두었다가 닦아내면 반짝이는 광택이 살아난다. 녹이 슨 가위나 칼을 콜라에 하루 정도 담가두면 인산 성분이 녹을 녹여내어 다시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