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인문학연구원, 동천마을 여성 구술생애사 출간

2025-12-28 12:57

동천마을 여성들의 삶과 리질리언스… 현대사 격변기 속 회복의 기록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한국전쟁과 산업화, 도시화, IMF 외환위기 등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통과해온 여성들의 삶은 오늘날 어디에서, 어떤 관계 속에서 회복되고 있을까.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은 지역 여성들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노년 여성의 삶이 ‘아파트 이웃 관계’라는 일상적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의미를 회복해 가는지를 조명한 책을 펴냈다.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원장 정미라)은 광주 서구 동천마을 여성들의 생애를 기록한 구술생애사 도서 《동천마을 여성들의 삶과 리질리언스》를 최근 발간했다.

이 책은 한국전쟁과 산업화, 도시화, IMF 외환위기 등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통과해온 60~70대 여성 7인의 생애를 담고 있다. 이들은 과거 남아선호 사상과 가난으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양보해야 했던 세대이지만, 동시에 가부장제와 빈곤의 조건 속에서도 가족을 부양하며 강인한 실천 역량을 축적해온 삶의 주체들이다. 이번 구술생애사 기록은 국가 통계나 거대 담론이 포착하지 못한 이들의 노동과 돌봄, 생존의 서사를 복원함으로써, 공식 역사에 남지 않았던 경험들을 드러내고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다층적으로 재구성한다.

인문학연구원은 이번 기록의 공간적 배경으로 ‘아파트’를 설정했다. 아파트는 오늘날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공간은 단순한 주거를 넘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욕망이 투영되고, 가족 관계의 변화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거주 여성들의 과거 주거 경험을 아우르는 동시에, 미래 커뮤니티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적인 지점이 된다. 구술자들은 다양한 주거 변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회고했으며, 아파트에서 맺어진 이웃과의 관계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리질리언스(Resilience)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를 미시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단초로 제시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남대 인문커뮤니티융합학과 대학원생 14명이 참여했다. 대학원생들은 구술자 7인과 1:2로 매칭돼 3차례 이상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형성된 세대 간의 교감은 단순한 기록 작업을 넘어 기억을 매개로 한 관계 회복과 상호 치유의 과정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연구 과정은 구술생애사가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며 공동체적 회복을 촉진하는 ‘기억 리질리언스’의 실천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미라 인문학연구원장은 “아파트 공동체 안에서 여성들의 삶의 기록이 우리 사회의 리질리언스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개인의 삶과 가족, 지역 커뮤니티를 잇는 플루리질리언스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출판기념회 및 간담회는 지난 22일 광주 남구 어반브룩에서 열렸다. 이번 연구는 동천마을1단지 주거행복지원센터(센터장 이종현)의 협조와 입주자대표회의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추진됐다.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은 이번 구술생애사 발간을 계기로, 지역사회에 축적된 인문 자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융복합 인문학 모델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