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명태가 떠오른다. 국으로, 조림으로, 말려서 반찬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생선이다. 그런데 요즘 장을 보다 보면 명태 가격이 예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싸다고만 생각했던 명태가 마냥 부담 없는 가격은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명태 시세는 작년과 비교해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명태는 대부분 냉동 상태다. 국내 연근해에서 잡히는 명태는 거의 사라졌고, 러시아산 수입 물량이 주를 이룬다. 올겨울 기준으로 냉동 명태 한 마리 가격은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큰 폭의 급등은 아니지만, 할인 시기와 유통 경로에 따라 체감 차이가 크다. 대형마트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반면, 전통시장이나 소형 매장에서는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다.

작년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가격의 일관성이다. 작년에는 특정 시기에 물량이 풀리며 체감상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올해는 평균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싸게 느껴지는 순간이 줄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단순히 명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수산물 유통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현재 명태 시세가 이렇게 형성된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명태는 거의 전량에 가까운 물량을 해외에서 들여오다 보니 환율, 운송비, 현지 어획량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물류비 상승과 환율 변동은 수산물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기후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명태는 차가운 바다를 좋아하는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이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어획량이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명태를 포함한 일부 어종은 예전만큼 안정적인 어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수입 단가와 유통 물량에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저장과 가공 비용도 한몫한다. 명태는 대부분 냉동 상태로 장기간 보관되는데, 냉동·보관·해동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가격에 반영된다. 전기료와 인건비 상승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 때문에 명태 가격은 어획량이 많아지는 겨울철에도 예전처럼 크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가 됐다.
그럼에도 겨울에 명태를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계절 음식이라는 인식과 함께, 몸에 주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명태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생선이다. 겨울철 활동량이 줄어들 때 부담 없이 단백질을 보충하기에 적합하다. 속이 편안하고 소화도 잘돼 남녀노소 모두에게 무난하다.
또 명태에는 비타민 B군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이는 겨울철 쉽게 피로해지는 몸 상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명태로 끓인 국이나 찌개는 체온을 올리고 수분과 영양을 함께 보충할 수 있어 한겨울 식단으로 잘 어울린다. 숙취 해소 음식으로 명태국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것도 이런 이유다.

말린 명태를 활용한 요리는 보관성에서도 강점이 있다. 명태채나 북어는 냉장고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 겨울철 반찬 걱정을 덜어준다. 한 번 만들어두면 며칠간 식탁을 책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물가 부담이 있는 시기에도 실속 있는 선택이 된다.
결국 요즘 명태 가격은 단순히 비싸졌다, 싸졌다로 판단하기보다 구조적으로 달라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 수입 환경과 기후, 유통 비용이 겹치면서 예전처럼 극적인 가격 하락은 줄었지만, 여전히 활용도와 영양 면에서는 경쟁력이 높은 식재료다. 겨울 장보기에서 명태를 다시 한 번 눈여겨볼 이유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