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거목(巨木)’ 잠들다~ 故 박기인, 교육의 씨앗을 뿌리고 별이 되다

2025-12-27 01:54

92년의 삶, 오직 ‘인재 양성’ 외길~ 각계의 추모 물결 속 영원한 안식에
영결식 12월 28일(일) 오전 10시 30분 호남대학교 문화체육관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황무지 같던 지역의 교육 토양에 ‘명문 사학’이라는 굳건한 나무를 심고, 평생을 인재라는 열매를 맺는 데 바쳤던 호남 교육계의 큰 어른, 성인(省仁) 박기인 박사가 지난 24일 새벽, 92년의 빛나는 삶을 뒤로하고 영면에 들었다. 호남대학교 중앙도서관에 마련된 그의 빈소에는, 그가 남긴 깊고 너른 그늘을 기억하는 사회 각계의 발길이 이틀 내내 끊이지 않으며, 고인의 숭고했던 삶을 기렸다.

#‘사람’이 희망이라 믿었던 교육자

1934년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8년 부인인 故 이화성 박사와 함께 ‘학교법인 성인학원’을 설립하며 교육자의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30년 넘게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작은 대학이었던 호남대학교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 사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의 철학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곧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키우는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세상이 먼저 알아본 혜안과 공로

그의 혜안과 헌신은 국내를 넘어 세계가 먼저 알아보았다. 1986년 세계대학 총장회의에서 ‘국제평화상 교육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국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며, 평생을 바친 교육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단순한 학교 경영자가 아니었다. 시대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척박한 현실 속에서 미래 인재를 길러낸 선구자이자, 진정한 교육자였다.

#그가 남긴 ‘사람’들, 빈소를 가득 메우다

그가 평생을 바쳐 키워낸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지켰다. 빈소에는 정진욱·조인철 의원 등 정계 인사부터 한상원 광주상의 회장, 양명희 광주고법 수석부장판사 등 경제계와 법조계, 그리고 수많은 학계와 언론계 인사들까지, 그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이들이 찾아와 슬픔을 나누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영원한 이사장, 호남의 품에 잠들다

고인의 영결식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30분, 그가 평생을 일군 호남대학교 문화체육관에서 학교장(學校葬)으로 엄수된다. 유족으로는 장남 박상학, 장녀 박경희 씨와 함께,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은 박상건 이사장과 박상철 총장이 있다. 한평생 교육의 밭을 갈아온 ‘호남의 거목’은, 이제 함평 선영에서 영원한 안식에 든다. 그의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그가 뿌린 ‘사람’이라는 씨앗은, 호남의 땅에서 영원히 푸른 숲을 이룰 것이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