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재료 가운데 하나가 '계란'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조리 시간이 짧아 끼니와 간식의 경계를 넘나든다. 여기에 카레가루를 소량 더하면 익숙한 계란 요리가 전혀 다른 얼굴로 바뀐다. 향신료의 자극은 강하지 않지만, 계란 특유의 비린 향을 눌러주고 고소함을 또렷하게 끌어올린다. 밥과 김을 더해 김밥으로 완성하면, 별다른 반찬 없이도 한 끼가 된다.

이 조합은 간단하지만 균형이 좋다. 계란의 부드러움, 버터의 풍미, 카레가루의 은은한 향이 겹치며 과하지 않게 중심을 잡는다.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맛의 방향은 분명하다. 실제로 계란 요리에 카레가루를 소량 사용하는 방식은 계란말이나 오믈렛에서도 자주 쓰이는데, 김밥에 적용하면 활용도가 더 넓어진다.
레시피 기준은 1~2인분이다. 계량은 밥숟가락 기준으로 통일하면 오차가 적다. 계란물에는 계란 4개, 맛술 1큰술, 카레가루 4분의 1큰술이 들어간다. 카레가루는 소량이 핵심이다. 많아지면 계란의 고소함보다 향신료가 앞서게 된다. 밥 밑간은 밥 1.5공기에 버터 1큰술, 간장 2분의 1큰술, 참기름을 약간 넣어 마친다. 김은 2장, 스크램블용 버터는 2분의 1큰술을 준비한다.


조리는 계란물부터 시작한다. 계란과 맛술, 카레가루를 섞은 뒤 체에 한 번 걸러주면 질감이 훨씬 매끄러워진다. 이 과정은 번거로워 보여도 스크램블 에그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체에 거르지 않으면 계란 흰자의 점성이 남아 덩어리감이 생기기 쉽다.
팬에는 식용유를 얇게 두르고 중불에서 예열한다. 계란물을 붓고 젓가락이나 주걱으로 크게 저어 스크램블을 만든다. 계란이 반쯤 익었을 때 버터 2분의 1큰술을 넣는다. 이 시점에 버터를 넣어야 향이 날아가지 않고 계란에 고르게 입혀진다. 계란은 완전히 마르기 전 불에서 내려야 부드러움이 남는다.
밥 밑간은 단순하다. 따뜻한 밥에 버터, 간장, 참기름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소금 대신 간장을 쓰는 이유는 계란과 김의 감칠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밥에 양념을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이 김밥의 포인트다.

김 위에 밥을 얇게 편 뒤 스크램블 에그를 넉넉하게 올린다. 속재료가 계란 하나이기 때문에 양을 아끼지 않는 편이 낫다. 이후 단단히 말아 김밥 형태를 잡고, 겉면에 참기름을 아주 살짝 발라 마무리한다. 참기름을 많이 바르면 카레 향을 덮어버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김밥이 호평을 받는 이유는 맛의 조합이 단순하면서도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카레가루는 계란의 비린 향을 잡고, 버터는 풍미를 보강한다. 김과 밥은 이를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아이 간식으로 내도 자극이 없고, 어른에게는 밥반찬 겸 간단한 한 끼로 충분하다.
그럼 카레가루 대신 카레 블록을 써도 될까. 카레 향이 강하게 나지는 않을까. 카레 블록은 기름과 염분이 함께 들어 있어 계란에 섞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드시 가루 형태를 소량 사용하는 편이 낫다. 향은 아주 은은한 수준으로, 카레를 먹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조리 난이도도 낮다. 계란 스크램블과 김밥 말기만 익숙하다면 실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말 아침이나 간단한 도시락 메뉴로 활용도가 높다.
이 레시피는 안성재 셰프의 계란김밥으로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안 셰프는 스크램블 대신 말이 형태로 계란을 김밥에 말아 눈길을 끌었다. 어느 방식이든 특별한 기술보다 기본 재료의 조합과 순서에 집중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집밥에 그대로 적용하기 좋다. 계란 네 개와 카레가루 한 꼬집만으로, 익숙한 식탁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