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3주 연속으로 나란히 하락 곡선을 그렸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이 발표한 2025년 12월 4주 주간 국내 유가 동향을 보면, 이번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35.3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보다 6.5원 떨어진 수치다. 경유 역시 리터당 1,641.7원으로 집계됐는데, 전주 대비 11.0원이나 하락하며 휘발유보다 더 큰 내림폭을 보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과 대구의 온도 차가 뚜렷했다.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곳은 역시 서울이었다. 서울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96.1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60.8원이나 높았다. 지난주보다는 9.0원 내렸지만, 여전히 1,800원 선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반면 기름값이 가장 저렴한 지역인 대구는 리터당 1,706.5원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주유하는 것보다 리터당 약 90원 가까이 싸게 넣을 수 있는 셈이다.
어디서 주유하느냐에 따라서도 지갑 사정이 달라진다. 상표별로 가격을 비교해 보니 알뜰주유소가 가장 저렴했다.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713.7원으로, 가장 비싼 SK에너지 주유소의 1,743.1원보다 리터당 30원 가까이 낮았다. 경유도 상황은 비슷해서 자가상표 주유소가 1,613.6원으로 가장 쌌고, SK에너지 주유소가 1,649.9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유소 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건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가격 자체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12월 3주 기준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은 전주보다 12.6원 하락한 1,659.4원이었고, 경유는 무려 26.4원이나 떨어진 1,517.4원이었다. 공급가가 내려가니 소비자가 만나는 판매가격도 자연스럽게 힘을 뺀 모양새다.

국내 기름값은 내리고 있지만, 우리 기름값의 선행 지표가 되는 국제 유가는 반대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석유 시설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고,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를 본격화하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실제로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1.9달러로 전주 대비 1.6달러 올랐다. 통상 국제 유가의 변동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지금 당장은 주유소 가격이 3주 연속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시장의 불안정 요소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추후 국내 가격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