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대응을 둘러싸고 ‘은폐’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당시 안보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26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정부 당국 책임자들이 제한된 정보 속에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그 판단을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 역시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제한된 정보이긴 하지만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그 결론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지 여부 등에 대한 당국 책임자들의 판단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고(故) 이대준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뒤, 당시 국방부와 해경 등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을 내리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은폐·왜곡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당시 안보라인이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은폐했다고 보고, 서 전 실장 등이 보안 유지 지시를 내리거나 발표 내용을 조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합참 관계자와 해경 측에 사건 은폐를 위한 보안 유지를 지시하고, 이대준씨를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은 사건 다음 날 국정원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전 장관 역시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보안 유지 지시를 이행하게 하고 첩보 삭제가 이뤄지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도 사건 발표 과정과 관련해 함께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판단의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형사책임으로 끌고 오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서 전 장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전 청장에게는 징역 3년, 노 전 실장에게는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2년 6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감사원은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수사를 요청하고 관련자들을 고발했고, 검찰은 2022년 12월 이들을 기소했다. 이번 판결은 기소 이후 약 3년 만에 나온 1심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