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분노한 '가난밈'…고급 외제차 타면서 “지긋지긋한 가난”

2025-12-26 17:01

빈곤의 농담 소비 비판 확산

친숙한 양은 냄비에 담긴 라면과 김밥 두 줄. 그 사이에 놓인 고급 외제차 자동차 키. 그 사진 설명과 함께 적힌 게시글은 "지긋지긋한 가난. 오늘도 김밥에 라면이라니... 언제쯤 이 가난에서 벗어날까?"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 shutterstock.com - Kong AP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 shutterstock.com - Kong AP

최근 온라인에서 가난을 하소연하면서 우회적으로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는 이른바 '가난밈' '가난챌린지'가 확산되고 있다. 해당 밈을 본 누리꾼들은 그저 웃자고 하는 농담이라는 입장과 빈곤을 희화화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대립하고 있다.

일례로 스레드와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가난을 언급하는 문구와 함께 고가의 소비를 과시하는 게시물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호화로운 여행 장면이나 고가의 제품을 사진에 걸리도록 촬영하면서 게시글 내용에서는 가난하다고 호소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며 단순한 농담이라는 호응도 보였으나 싸늘한 반응도 잇따랐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게 웃기다고? 사람들 참 잔인하다" "보고 눈을 의심했다" "장난을 쳐도 되는 게 있고 치지 말아야 할 게 따로 있다" "당사자들한테는 조롱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가수 김동완도 의견을 더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서 "이걸 자조 섞인 농담이라고 하기엔 타인의 결핍을 소품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가난은 농담으로 쓰이기 힘든 감정이다. 웃기기 위해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고, 지양해야 할 연출이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 가난을 언급하며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는 현상이 나타나 누리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 SNS 캡쳐
온라인에서 가난을 언급하며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는 현상이 나타나 누리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 SNS 캡쳐

저소득층 근로소득 5년만 하락, OECD 노인 빈곤율도 1위

최근 전해진 통계를 보면 가난을 농담 소재로 보기에는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이달 7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401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하위 20%의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 악화와 저소득층이 많이 종사하는 임시·일용직 일자리의 취업 여건이 악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1억 2006만 원으로 3.7% 늘었다.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2017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상·하위 근로소득 격차는 약 30배에 달하며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한국의 소득 기준 노인 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하고 있다.

2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집계됐다. OECD 평균(14.8%)의 약 세 배에 채 못 미치는 수치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소득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올리는 인구 비율을 말한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근로자의 연령별 비중을 보면 60세 이상 고령자가 69%로 가장 컸다. 연금으로만 생계 유지가 어려운 노년층이 노후에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초단시간 근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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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예인 기자 yein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