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철이면 식탁 위 대화가 시끄러워진다. 배춧값만큼이나 자주 오르내리는 이슈가 있다. ‘김치, 괜찮은 거 맞아?’ 짜서 혈압에 안 좋다는 얘기는 익숙한데 요즘엔 한 발 더 나간 말이 따라붙는다. 질소 비료로 키운 배추와 무, 시금치에 질산염이 쌓이고, 이게 발효와 저장을 거치면서 결국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김치 없이는 하루도 못 버티는 이 나라에서 김치가 위험하다는 얘기는 사람을 순간적으로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김치는 과연 건강에 해로운 음식일까.
논란의 출발점은 농업 현장이다. 질소 비료는 작물을 빠르게 자라게 하고 수확량을 늘려준다. 대신 식물 조직 안에 질산염이 축적될 수 있다. 잎을 먹는 배추나 시금치, 무청 같은 채소는 특히 그 함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까지는 농학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질산염 자체는 독성도 없고 발암물질로 분류되지 않는다. 다만 인체에 들어온 질산염 일부가 아질산염으로 전환되고, 이 아질산염이 단백질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아민과 결합할 경우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이 계속 거론돼 왔다. 니트로소아민은 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이 물질의 독성과 발암 가능성을 경고하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체내 유입 시 DNA 구조를 변형시켜 간암이나 식도암 등 다양한 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위암 발생의 핵심적인 위험 인자 중 하나로 꼽힌다. 섭취한 아질산염이 위 내부의 산성 조건에서 아민과 반응해 니트로소아민으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성된 물질은 위 점막 세포의 DNA를 손상하고 돌연변이를 유도해 암세포 성장을 촉진한다. 특히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나 맵고 짠 식습관이 병행될 경우 위암 발병 위험은 더욱 급격히 상승한다.
김장김치는 이 이론을 설명하기에 좋은 예시로 자주 등장한다. 질산염을 포함할 수 있는 배추와 무를 소금에 절여 저장하고, 발효 과정이 이어지며, 젓갈 같은 단백질성 재료가 함께 들어간다. 이론만 놓고 보면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국내 연구 일부에서는 김치 섭취량이 많았던 집단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았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치는 오랫동안 위암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멈추면 김치는 지나치게 단순한 피고가 된다. 김치는 질산염만 들어 있는 음식이 아니다. 배추와 고추, 마늘에는 비타민 C와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아질산염이 니트로소아민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김치의 또 다른 성분인 유산균 역시 발효 과정에서 환경을 바꾸며 유해 물질 생성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질산염이라도 채소에서 섭취할 때와 가공육에서 섭취할 때 결과가 다르게 평가되는 이유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가 명확하게 경고한 대상은 채소가 아니다.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은 아질산염이 보존료로 직접 첨가되고, 고온 조리 과정에서 니트로소아민 생성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채소 속 질산염은 항산화 성분과 함께 섭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규모 역학 연구를 보면 채소 섭취량이 많을수록 암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오히려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는 소시지나 햄등 육류가공품을 섭취할 때 채소, 과일, 비타민C와 함께 섭취하면 니트로소아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김치가 위암과 연결돼 보였던 이유를 시대적 배경에서 풀어보면 그림은 또 달라진다. 냉장 기술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 김치는 지금보다 훨씬 짜게 담갔고 겨울 내내 대량으로 먹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사시사철 먹기 어려웠고, 위생관념이 낮았던 까닭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도 높았다. 염분이 위 점막을 자극하고 손상하는 상황에서 이런 환경이 겹치면 발암 위험 요인이 동시에 작동한다. 김치가 문제라기보다 당시의 식생활 전반이 문제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의 김장김치는 그때와 다르다. 염도는 크게 낮아졌고, 김치냉장고 보급으로 저장 환경도 안정됐다. 김치만 먹던 식탁에 샐러드와 과일이 자연스럽게 올라온 지도 오래다. 이런 변화 속에서 최근 연구들은 김치 섭취와 위암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발효 채소로서의 장점,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 효과가 다시 조명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논란을 가볍게 넘길 필요는 없다. 질산염 논쟁이 던지는 메시지는 김치를 끊으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를 다시 보라는 쪽에 가깝다. 너무 짜게 담근 김치를 과도하게 먹는 식습관, 가공육과 술을 곁들인 식탁, 채소와 과일이 부족한 구성은 지금도 건강에 부담이 된다. 김치가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된 건 그만큼 자주, 또 많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김장은 여전히 한국 음식 문화의 상징이다. 그 상징을 둘러싼 질산염 논쟁은 김치를 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김치를 둘러싼 환경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비료와 발효, 암이라는 단어가 한 줄로 엮일 때 생기는 공포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공포가 곧바로 식탁의 판단 기준이 될 필요는 없다. 김치는 위험한 음식도,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시대에 맞게 조절하며 먹을 줄 알 때 가장 제 역할을 하는 음식이다. 답은 김치를 치우는 데 있지 않다. 어떻게 담그고, 어떻게 먹고, 어떤 식탁 위에 올릴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