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 플래카드 바로 밑에 대답하듯 걸린 플래카드의 정체

2025-12-26 10:49

"올 한 해 당신을 버티게 한 힘은?" 묻자... "윤석열 파면과 구속!"

서울 마포구 거리에 걸린 두 장의 플래카드가 묘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마포갑)이 먼저 물었다. "올 한 해, 당신을 여기까지 버티게 한 힘은 무엇이었나요?" 그 아래, 김성은 진보당 마포구위원장이 답했다. "윤석열 파면과 구속입니다!" 연말 지역구 소통 플래카드가 뜻밖의 정치적 맞장토론 현장으로 변모한 순간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마포갑)이 지역구에 ‘올 한 해, 당신을 여기까지 버티게 한 힘은 무엇이었나요?’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내걸었어. 그러자 김성은 진보당 마포구위원장이 ‘윤석열 파면과 구속입니다!’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바로 아래에 대답하듯이 내걸었다. / 보배드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마포갑)이 지역구에 ‘올 한 해, 당신을 여기까지 버티게 한 힘은 무엇이었나요?’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내걸었어. 그러자 김성은 진보당 마포구위원장이 ‘윤석열 파면과 구속입니다!’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바로 아래에 대답하듯이 내걸었다. / 보배드림

조 의원으로선 지난주 마포구 일대에 내건 플래카드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지역구 주민에게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연말을 맞아 힘들었던 한 해를 돌아보며 주민들을 격려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조 의원 플래카드 바로 아래에 응답 형식의 플래카드를 설치하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김 위원장의 플래카드는 조 의원의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 형식을 취했다. 마치 대화를 나누듯 배치된 두 플래카드는 곧 지역 주민들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플래카드로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 신선하다", "이게 진짜 정치적 소통 아니냐", "창의적인 방식의 의견 표명"이라며 흥미로워했다. 반면 "연말 위로 메시지까지 정치 공방으로 만들 필요가 있나", "주민 입장에서는 피곤한 풍경"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질문과 답변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게 오히려 코미디 같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마포구 거리의 플래카드 대화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현재 한국 정치의 단면을 보여주는 풍경이 됐다. 연말 위로의 메시지조차 정치적 공방의 장으로 변하는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 한 해를 마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972년생인 조 의원은 공인회계사 출신 정치인이다. 세계은행에서 국제 경제 개발 전문가로 활동하며 나이지리아, 코소보, 알바니아, 팔레스타인,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일했다. 2020년 시대전환을 창당해 대표를 맡았고,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2023년 9월 시대전환과 국민의힘 합당을 통해 국민의힘에 합류했으며, 제22대 총선에서 마포구 갑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1987년생인 김 위원장은 홍익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홍익대학교 총여학생회장, 서울지역대학생연합 교육선전국장 등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 후 민주노점상전국연합에서 노점상인들과 연대 활동을 펼쳤다. 현재 진보당 마포구 지역위원장과 가계부채119 마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마포구 홍대거리 노점상들과의 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 내에서 특정 계파에 속하기보다는 실용주의와 합리적 중도 노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로 친윤계와 거리를 두면서도 친한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등 비교적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지난 3일 리얼미터 정치학교 강연에서 조 의원은 "진영논리에 갇혀 최선을 포기해서 안 된다"며 "지금도 대한민국이 마주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진영논리에 상관하지 않고 최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패배는 습관이고, 습관은 구조가 만든 결과"라며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패배만 늘어날 뿐"이라고 보수 진영의 현실을 진단했다.

조 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19일에는 이 대통령이 북한의 3중 철책 설치와 관련해 "북한은 혹시 남한이 북침하지 않을까 걱정해서 삼중철책 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발언"이라고 개탄했다.

조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 대변인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북한 목함지뢰로 영구 장애를 입은 대한민국 청년 장병, 그리고 천안함 피격으로 목숨을 잃은 46명의 용사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거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은 북한의 시각을 대변할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불안을 먼저 붙들어야 할 사람"이라며 "이 대통령, 대답하라.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느냐"라고 비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