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당에서 주문하면 절로 한숨부터 나온다는 음식의 정체

2025-12-25 08:34

서민이 즐겨 먹는 음식, 가격 상승이 유독 두드러진 이유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김밥 한 줄에도 한숨이 나온다. 1년 전만 해도 3500원이었던 김밥값이 200원이나 뛰었다. '서민 음식'이라 불리던 김밥마저 이제는 부담스러운 가격표를 달고 있다.

최근 1년 새 서울에서 외식 물가 상승세가 지속한 가운데 김밥과 칼국수, 김치찌개 백반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메뉴의 가격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이 외식비 전반에 반영된 결과다.

2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 소비자 선호 외식 메뉴 8개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보다 3~5%대 상승했다. 특히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서민 음식'으로 인식돼 온 메뉴들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메뉴는 김밥이다. 간단한 한 끼 식사나 분식 메뉴로 부담 없이 찾던 김밥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3500원에서 올해 11월 3700원으로 1년 새 5.7% 상승했다. 200원이 오른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4000원을 훌쩍 넘긴 김밥집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역시 가볍게 즐기기 좋은 메뉴로 여겨지는 칼국수도 지난해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 올랐다. 평균 가격 1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칼국수 한 그릇 먹는 데 1만원이 필요한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표적인 점심 메뉴인 김치찌개 백반 역시 8192원에서 8577원으로 4.7% 오르며 상승률 상위권에 포함됐다. 385원이 오른 셈이다. 출근길 아침을 거르고 점심시간에 허겁지겁 먹는 김치찌개 백반마저 9000원대를 향해 가고 있다.

이 밖에도 삼계탕 평균 가격은 4.2% 상승해 1만8000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삼계탕은 일부 전문점에서 기본 메뉴 가격이 이미 2만원을 넘긴 곳도 적지 않다. 더위를 식히려 찾는 복날 삼계탕 한 그릇이 이제는 2만원짜리 외식 메뉴가 된 것이다.

냉면은 4.2% 올랐다. 시원한 냉면 한 그릇 값도 만만치 않게 뛰었다. 삼겹살은 200g 기준 3.9% 상승했다. 비빔밥은 3.4%, 자장면은 3.1% 각각 올랐다.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이 일제히 오른 셈이다.

외식 물가 상승의 배경으로는 복합적인 비용 상승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첫 번째다. 여기에 임대료와 전기, 가스 요금 등 비용 상승이 더해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식재료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외식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김밥이나 칼국수, 김치찌개처럼 비교적 가격이 낮은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일수록 비용 구조상 비중이 높은 인건비 등의 비용 상승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분석이다. 단가가 낮은 메뉴일수록 오히려 인건비 비중이 높아 가격 인상 압박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물가와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식비 부담 역시 단기간에 완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외식 메뉴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외식비 외에 개인 서비스 요금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세탁비는 1만615원으로, 작년 동기 9462원보다 12.2% 올라 1만원을 넘어섰다. 신사복 상하 드라이클리닝 한 벌 맡기는 데 1만원이 넘게 든다.

이용은 4.3% 올랐다. 남자 성인 커트 1회 요금이 뛴 것이다. 미용은 3.7% 올랐다. 여성 성인 커트 1회 요금도 상승했다. 숙박과 목욕비는 각각 3.8%, 2.2% 올랐다. 여관비와 목욕탕 이용료도 함께 오른 셈이다.

점심 한 끼 먹는 것도, 머리 한 번 자르는 것도, 옷 한 벌 세탁하는 것도 예전만 못하다. 물가는 오르는데 지갑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서민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