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난다…" 올해 크리스마스 때 경쟁률 217 대 1 찍었다는 '알바' 정체

2025-12-24 20:33

2만 1700명이 지원한 산타 알바, 그 뒤의 따뜻한 마음
아이의 동심을 지키고 싶은 어른들의 선행 프로젝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알바’ 경쟁률이 이례적으로 치솟은 배경에는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는 선행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크리스마스 당일 산타가 되어 아이들을 찾아가는 일일 아르바이트에 지원자가 대거 몰리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에 따르면, 구인구직 서비스 당근알바가 진행한 ‘일일 산타 알바 매칭 이벤트’에는 이웃들을 위해 산타 역할을 맡고 싶다는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이달 8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이벤트에 산타 역할을 희망한 지원자는 약 2만 1700명으로, 이 가운데 100명이 선발됐다.

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산타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가정의 신청도 많았다. 300가구를 선정하는 이벤트에 2만 8500가구가 몰렸다.

겉으로 보면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벤트성 아르바이트지만, 지원자들의 동기는 예상과 다소 달랐다. 임금이나 경험보다도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산타 알바는 단순히 복장을 입고 선물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순간이고, 어른에게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하루를 만들어주는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이 일을 ‘알바’가 아닌 ‘역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크리스마스 하루만큼은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경쟁률로 이어진 셈이다.

지원자 사연을 보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정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산타를 기다렸던 설렘, 혹은 끝내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이 지금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감정이다. 누군가는 어릴 적 산타를 믿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또 누군가는 그 믿음을 지켜주지 못했던 어른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싶어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웃이라는 공간성이다. 산타 알바는 멀리 떨어진 누군가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를 찾아가는 일이다. 이 때문에 지원자들은 ‘도와준다’기보다 ‘함께 산다’는 감각으로 이 역할을 받아들였다. 잠깐의 방문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동네 전체가 아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기대 역시 경쟁률 상승의 한 요인이다.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고민이 많은 가정에게 산타 방문은 하나의 상징적 경험이 된다.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지원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일방적인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서로의 바람이 맞닿는 지점에서 이벤트가 성립된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소년소녀합창단이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합창을 하고 있다. / 뉴스1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소년소녀합창단이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합창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일상 속 선행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거창한 기부나 장기적인 봉사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일부를 나누는 방식의 선행이 주목받고 있다. 산타 알바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시간은 짧지만, 의미는 길다. 그래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참여 의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산타 알바의 높은 경쟁률은 단순히 인기 있는 이벤트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반짝이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모였다는 신호에 가깝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동네에서 산타가 늘어난 이유는, 사실 어른들의 마음속에도 아직 동심과 선의가 살아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