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이후 제출되는 사업보고서부터 기업들이 챙겨야 할 서류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기업의 회계장부를 감시하는 감사인과 같은 브랜드를 쓰는 컨설팅 법인, 이른바 네트워크 회계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정보 이용자에게 더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공시 서식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회계감사를 맡은 감사인 본체와 맺은 용역 계약만 공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꾸준히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겉으로는 별개의 회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같은 이름을 쓰고 이익을 공유하는 컨설팅 법인 등이 감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일감을 받는다면, 과연 그 감사인이 공정하게 회계를 감시할 수 있겠냐는 우려였다.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 12월 공인회계사 윤리기준을 개정해 네트워크 회계법인의 범위를 국제 기준에 맞춰 넓힌 바 있다.

앞으로는 감사인과 협력 목적으로 대규모 조직을 형성하거나, 이익과 비용을 나누거나, 경영권이나 품질관리 정책을 공유하는 곳이라면 모두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기준은 공통의 브랜드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다. 이름만 같아도 사실상 경제적 운명 공동체로 보고 기업과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기업들이 흔히 쓰는 우회로인 하도급 계약도 감시망에 들어왔다. 회사가 제3자와 계약을 맺은 형식을 취하더라도, 실제 용역을 감사인의 네트워크 법인이 수행한다면 이 역시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꼼수를 부려 정보 공개를 피할 수 없도록 서식 작성 지침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 내부의 감사 기구, 즉 감사위원회나 감사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해당 법인이 우리 회사의 감사인과 네트워크 관계인지, 혹시 독립성을 해칠 우려는 없는지 미리 검토해야 한다. 감사인 역시 본인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네트워크 법인의 용역 현황을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회사의 내부감사 기구와 상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조치를 통해 감사인이 외부감사를 수행할 때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이 돈을 벌어다 주는 컨설팅 법인의 눈치를 보느라 기업의 부실을 눈감아주는 일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감사인 감리 과정을 통해 독립성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