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제주SK가 새 사령탑에 벤투호 사단인 세르지우 코스타를 선임했다.

제주 구단은 24일 "한국 선수와 K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코스타 감독을 새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상호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코스타 감독은 국내 축구팬들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탠 인물이다. 당시 그는 수석코치로 벤투 사단의 지략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코스타 감독의 진가가 드러났다. 벤투 감독이 가나전 퇴장 징계로 벤치를 비우자 그가 감독 대행으로 나섰다. 한국은 그의 지휘 아래 포르투갈을 2대1로 꺾고 극적인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이 승리는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로 기억된다.

코스타 감독은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르는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구단을 통해 "2018년부터 시작한 한국에서의 삶은 정말 최고였다. 한국을 떠난 뒤 사람, 생활, 음식 모든 부분이 다 그리웠다"고 밝혔다.
이어 "2025시즌 제주가 힘든 시즌을 보냈던 만큼 책임감과 동기부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각오를 전했다.
포르투갈 출신인 그는 축구 지도자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2007년부터 스포르팅 CP에서 스카우트와 전력분석관으로 시작했다. 이후 포르투갈 대표팀 수석코치, 브라질 크루제이루 수석코치,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수석코치 등을 거쳤다.
중국 충칭 당다이 리판 수석코치를 지낸 뒤 2018년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로 합류했다. 그는 2022년까지 벤투 감독과 함께하며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했다. 올해 3월까지는 아랍에미리트 대표팀 수석코치로 활동했다.
코스타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은 K리그에 대한 깊은 이해다.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 시절 벤투 감독과 함께 K리그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그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며 국내 리그의 특성을 파악했다.
전력분석관 출신답게 데이터와 영상 분석에도 탁월하다. 제주 구단은 "코스타 감독은 영상과 데이터 분석을 직접 정리하면서 자연스레 K리그의 전반적인 분석까지 마쳤다"고 평가했다. 벤투 감독과 함께 쌓아온 선진 축구 시스템 노하우도 강점으로 꼽힌다.

제주는 올 시즌 리그 11위로 마감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몰렸다. 간신히 K리그2 수원 삼성을 꺾고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창단 이래 최대 위기를 겪은 만큼 구단은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코스타 감독 영입으로 제주는 통산 네 번째 외국인 사령탑을 맞는다. 러시아 출신 발레리 니폼니시, 튀르키예 출신 트나즈 트르판, 브라질 출신 알툴 베르날데스에 이어서다. 외국인 감독 선임은 2008년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구단은 "2026시즌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제주의 입장에선 변화 및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전북 현대가 거스 포옛 감독을 앉히고 우승한 사례도 참고했다는 후문이다.
코스타 감독은 29일 공식 기자회견을 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주와 함께 구상할 마스터플랜과 전략적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만큼 주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만간 입국해 선수들과 상견례를 마친다. 내년 1월 초부터는 서귀포에서 본격적인 동계훈련 지휘에 나선다.
벤투 사단의 핵심이 K리그 무대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전술적 역량을 제주에서도 펼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