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식당 입구에서 종이 티켓을 뽑는 자판기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현금만 받는 투박한 기계가 많았던 일본 식당 풍경이 이제 바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일본 현지 파트너사와 손잡고 식당과 카페에 똑똑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일본 식음료 매장 판매 관리시스템(POS)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 유센(USEN)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유센은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매장 솔루션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LG전자는 이달부터 일본 전역의 식당과 카페에 자사의 키오스크를 본격적으로 공급한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도쿄 시내의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유명 관광지인 닛코의 동조궁 인근 레스토랑 등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하며 현지 반응을 살폈다.
일본 시장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인구 감소는 결국 매장 운영의 효율화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말 한마디 없이도 간편하게 주문하고 카드 결제까지 가능한 키오스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기존에 음식점이나 유통 매장에서 주로 쓰이던 버튼식 티켓 판매기를 최신식 키오스크로 교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시장조사 업체 서카나 재팬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일본 내 식음료 매장 수는 약 100만 개에 달한다. LG전자는 이 거대한 시장을 정조준했다.
이번에 공급하는 제품은 LG전자와 유센의 장점만을 합쳤다. 하드웨어는 LG전자가 맡고, 소프트웨어는 일본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유센의 솔루션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일본 식음료 매장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겠다는 것이 두 회사의 목표다.
LG전자가 내세운 27형 키오스크는 디자인과 성능을 모두 잡았다. 매장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기인 만큼 터치감과 반응 속도에도 신경을 썼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화면이다. 독자적인 표면 처리 기술을 적용해 빛 반사를 최소화했다. 조명이 강한 매장 내부나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어디에 두더라도 화면이 선명하게 보인다. 고휘도, 고해상도 패널 덕분에 메뉴 사진과 글씨가 또렷하게 전달된다.
기계만 좋다고 끝이 아니다.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 편의성이다. LG전자 키오스크는 매장 운영 방향에 맞춰 판매 정보관리 시스템과 전용 소프트웨어를 폭넓게 지원한다. 여기에 유센의 POS 솔루션을 더해 기능을 극대화했다. 화면 구성(UI/UX)이 직관적이어서 처음 쓰는 사람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외국인 손님을 위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일본어는 기본이고 한국어, 영어, 중국어까지 언어 설정이 가능하다. 점주를 위한 기능도 똑똑하다. 다양한 화면 레이아웃을 고를 수 있고, AI가 메뉴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주문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분석해 매장 운영 전략을 짜는 데 도움받을 수도 있다. B2B 고객인 점주들이 더 편리하게 가게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기능들이다.

두 회사의 협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키오스크의 크기를 다양하게 늘리고 제품 성능을 더 고도화할 계획이다. 단순히 주문만 받는 기계를 넘어, 매장 인테리어의 일부가 되고 편의성을 높여주는 디지털 사이니지 등으로 협업 범위를 넓혀가기로 했다. LG전자는 이미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북미, 중남미,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식당, 카페, 학교, 관공서 등에 키오스크를 공급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LG전자 ID사업부장 민동선 본부장은 이번 진출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디자인과 기술로 차별화한 LG전자 디지털 키오스크를 앞세워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키오스크 시장에서 영향력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